작은어머니와 짜장면

전광투데이 승인 2022.06.26 18:49 의견 0


아침 식사를 마치고 집사람에게 “오늘 몇 시쯤 출발할까?”물었더니 “작은 집에 도착해서 청소 좀 해드리고 점심때 미역국 끓여 작은 엄마 드리려면 아무래도 오전 10시쯤은 출발해야 되지 않을까?”
“그러면 그때 출발하기로 하고 준비해!”하며 옷을 갈아입고 작은 어머니가 살고계신 전남 영암으로 출발할 준비를 하였다.
그러니까 며칠 전 KBS TV‘6시 내 고향’이라는 프로그램에서 자녀들이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위하여 방송국에 사연을 보내 신청하면 유명 셰프(chef)들이 직접 찾아가 음식을 대접한다는 내용을 방송하고 있었는데. 정성을 다해 준비한 맛있는 음식을 드시면서 행복해하는 부모님들의 표정을 보면서 집사람에게 “우리 작은 어머니도 저렇게 유명 요리사들이 직접 요리한 음식을 드리면 정말 좋아하실 텐데!”하였더니 듣고 있던 집사람이 “우리는 방송국에 신청해도 당첨이 될지 안 될지 모르니까 그렇게 하지 말고 차라리 우리가 직접 가서 작은 엄마 좋아하는 미역국이라도 정성들여 끓여드리고 오면 어떨까?”
“그거 아주 좋은 생각인데!”하여 “낼 모레면 어버이날도 돌아오고 그러니 될 수 있는 대로 빨리 다녀오자!”며 날을 받았는데 오늘이 그날이었다. 그래서 준비를 하고 작은 집으로 출발하기 전 마트(Mart)에 들러 작은 어머니가 좋아하는 바나나와 미역국 끓일 국거리, 그리고 심심할 때 드시라고 사탕까지 구입하여 출발하였고. 작은 집 앞에 차를 세웠는데 집은 조용하기만 하였다. 그리고 그 순간‘왜 이렇게 집이 조용하지?
혹시 작은 어머니가 모실을 나가셨나? 그래서 집에 아무도 안 계신 걸까? 그렇지 않으면 혹시 너무 연로하시다 보니 요양원으로 모신 것은 아닐까?
’갑자기 별의별 생각이 다 드는데 집사람이 현관문을 열고 “작은 엄마! 작은 엄마!”하고 부르자 방문이‘덜컹!’ 열리면서 “누구요?”하며 사촌동생이 얼굴을 내밀더니 우리 부부를 보고서는 “어! 형님이 오셨네! 어서 오씨요! 어서요!”하더니 방에 대고 “엄니! 보성서 성이 왔구만이라! 어서 이리 잔 나와보씨요!”하자 작은 어머니가 얼굴을 내미시더니 “우메! 우리 반가운 조카가 왔네! 어서 오소 어서와!”하며 반기셨다.
“작은 엄니! 그동안 잘 계셨어요?” “나는 항상 잘 있제~에! 조카는 잘 있었는가? 그라고 얘기들은 다 충실하고? 집안에 별고는 읍고?” “저는 항상 잘 있어요. 그런데 어디 몸 아픈 데는 없으세요?”
“다행이 안직은 그라고 아픈디는 읍단마시.” 그래서 사촌동생에게 “자네는 서울서 언제 내려왔는가?” “오늘 아침에 왔어요?” “그러면 시골에서 어머니와 함께 지내려고 그러는가?”
“어차피 지금은 퇴직을 했기 때문에 직장에 다니는 것도 아닌데 서울에 있어 봐야 할 일도 없지 않습니까? 그리고 어머니 나이도 금년 97세이시니 계속 혼자 계시라고 할 수도 없고 그래서 반찬 같은 게 필요하면 왔다 갔다 하면서 지내고 있어요.” 하다 보니 어느새 점심때가 되어 집사람이‘미역국을 끓이겠다!’고 일어서자 “형수님! 그건 이따 저녁때 제가 할 테니 놔두시고 오랜만에 형님과 형수님 오셨으니 제가 가서 어머니 좋아하시는 짜장면 한 그릇 사 올게요.”
“원래 작은 엄니가 짜장면을 좋아하시는가?” “엄니가 나이는 많으셔도 짜장면이나 치킨 같은 것을 좋아하시더라고요. 그런데 식구가 없다보니 무슨 음식을 시켜도 몇날 며칠 가다보니 반찬 같은 것을 만들기도 그렇고 또 음식도 자꾸 시켜다 먹을 수도 없는데 오늘은 마침 두 분이 오셨으니 진작부터 어머니가 잡숫고 싶다던 짜장면 한 그릇 사다 드리면 좋지 않겠어요?”/류상진 전보성우체국 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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