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에 쥐가 내리면

전광투데이 승인 2021.09.05 18:24 의견 0

관주산 정상에 올라서니 마을 형님께서 “어서와! 오늘은 나보다 늦었네!”하며 반기신다. “오늘 무슨 계획이라도 있으신가요?” “그건 어떻게 아는가?” “다른 때는 항상 저 보다 늦게 오셨는데 빨리 오셔서요.” “그런가? 아침에 일기예보를 보니 비가 내리지 않는다고 그래서 조금 빨리 왔다 내려가서 고추밭에 미생물(微生物)을 뿌리려고 평소보다 약 30분 정도 빨리 왔네.”
“그럼 미생물은 어디서 사다 놓으셨나요?” “어디서 파는 것은 아니고 그걸 배양(培養)해서 농가에 무료로 보급하는 곳이 있거든. 거기서 가져다 놓고 어제 뿌리려고 했는데 비가 오는 바람에 뿌릴 수가 있어야지! 그래서 오늘 뿌리려고 그러네.” “그럼 서둘러 내려가셔야 되겠는데요.”
“너무 서두를 것까지는 없고 그래도 운동을 하러왔으니 조금 더 있다가 내려가세!”하며 여기저기 기구에서 조금씩 운동을 하더니 “동생! 웬만큼 했으면 이제 내려가세!”하셔서 “그러게요.”하며 후배 한사람과 선배 뒤를 따라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 멀리서 “삐뽀! 삐뽀!”구급차 달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혹시 무슨 사고라도 난걸까? 왜 구급차가 저렇게 달려갈까?” “글쎄요! 저나, 형님이나, 저 동생이나, 방금 산에서 내려온 사람들인데 구급차가 무슨 일이 있어 어디로 달려가는지 어떻게 알겠습니까?” “하긴 그러겠지 그런데 엊그제 나는 갑자기 다리에 쥐가 나서 죽을 뻔했네.” “다리에 쥐가 났다고요?”
“그러니까 그 그저께 운동을 마치고 집에서 샤워를 한 다음 텔레비전을 켜놓고 누워서 보고 있는데 갑자기 발에서 쥐가 나는 거야!”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그런데 집에 나 빼고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무엇을 어떻게 한다는 게 정말 쉽지 않더라고. 그래서 ‘발을 주물러 볼까?’하다 생각해보니 며칠 전 쥐가 나면 먹으려고 지어다 놓은 약이 생각나서 그걸 찾으려고 자리에서 일어나려는데 정말 힘이 들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어떻게 겨우 일어나서 주섬주섬 약을 찾는데 어디에 두었는지 생각이 잘 안 나서 자네 형수에게 전화하여 겨우 그걸 찾아 먹었는데 생각해보니‘세상에 나 혼자 있으면 정말 살기 힘들겠다!’하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럼 약 드시고 쥐 내리는 것은 멈추던가요?” “약 먹는지 얼마 안 돼 그냥 잡히더라고.” “그랬으면 정말 다행이네요.”하자 옆의 후배가 “저도 옛날에 발에 쥐가 잘 내렸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 저의 외사촌 형님 말을 들으니 발바닥 가운데 약간 움푹 들어간 부분 있지 않습니까? 거기에 파스를 붙이면 쥐가 사라진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그렇게 해 봤는가?” “해보기는 해 봤는데 그게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잘 안되더라고요.” “그럼 실패한 거네.” “그러니까요. 그런데 지난번에 우연히‘자다가 종아리에 쥐가 나면 이렇게 하세요.’라는 유튜브를 보았거든요.” “유튜브에 그런 것도 있던가?”
“그러니까요. 그런데 그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자다가 쥐가 내려 고통 때문에 잠을 설치기도 해서 발을 따뜻하게 하고 자면 어떨까? 하는 마음에 다리에 이불을 덮고 자기도 했는데 그럴 때는 신기하게 쥐가 나지는 않았는데 그게 한 여름에도 이불을 덮고 잘 수가 없고 해서 ‘무슨 좋은 방법이 없을까?’
고민하던 중 직장 동료께서‘자다가 쥐가 내리면 그냥 벌떡 일어서면 멈추더라!’라는 말을 듣고 그렇게 해 봤는데 정말 멈추었다고 하네요.” “그랬으면 그것도 정말 간단하면서도 좋은 방법인데!” “그렇지만 한참 깊은 잠을 자다 쥐가 내리면 그냥 벌떡 일어서기가 쉬운 일은 아니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통증 때문에 고통 받는 것 보다는 훨씬 쉬운 일 아니겠는가?”/ 류상진 전보성우체국 집배원

저작권자 ⓒ 전광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