뻥튀기 아저씨

전광투데이 승인 2022.09.18 18:48 의견 0


“내일부터 우리나라는 장마 권에 접어들겠으며 제주를 시작으로 20일은 남부지방까지 비가 내리는 곳이 있겠습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있었으나 아침부터 하늘에 짙은 먹구름만 가득할 뿐 비는 내리지 않고 있는데 숲속의 새들은 여기저기 모여 무엇이 그리 좋은지 쉬지 않고 계속 재잘거리고 있었다.
오늘은 5일마다 한 번씩 열리는 장날이어서 집사람과 함께 시장으로 향했다. 그리고 뻥튀기 가게에서 누룽지와 떡국 떡 말린 것 그리고 쌀을 섞은 뻥튀기재료를 주인에게 건네며 “이것 맛있게 잘 좀 튀겨주세요.”부탁하자 내용물을 확인하더니“재료를 깨끗하게 해오셨네요.
여기 놔두고 다녀오실 곳이 있으면 다녀오세요.” 해서 집사람에게‘장을 보고오라!’하고“사장님! 저는 시간이 있는데 순서가 될 때까지 여기 앉아 기다려도 괜찮겠지요?” 하고 의자에 앉아 뻥튀기가 튀겨질 때까지 기다리면서 주인에게“사장님은 뻥튀기 경력이 얼마나 되세요?”묻자
“저요? 저는 벌써 14년이 되었어요.” “그랬어요? 사장님 얼굴은 그렇게 나이가 많아 보이지 않는데 경력은 상당하시네요.” “제가 우연히 저의 사촌 형님을 따라다니다 이일을 시작하게 되었는데 그새 14년이 흘렀네요.” “그러셨어요. 제가 직장에 근무할 때 시골 노인들 간식거리가 무엇이 좋을까? 생각하다‘뻥튀기가 좋겠다!’생각이 들어 퇴직 후 봉고차 한 대와 뻥튀기 기계를 구입하여 시골마을에 돌아다니며 노인들에게 실비만 받고 이걸 튀어드려야겠다 생각했는데 막상 퇴직을 하고 보니 얼른 일을 시작하기가 힘이 들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처음 생각했을 때는 옥수수와 쌀, 콩 같은 몇 가지 곡물만 생각했는데 그게 아닌 것 같더라고요.” “옛날에는 그렇게 했을지 몰라도 요즘은 곡물은 물론이고 돼지감자 같은 것을 말려서 가져오는 분도 계시고 또 작두콩 껍질을 말려 튀기는 경우도 있어 이것저것 생각하면 약 2백여 가지쯤 되는 것 같더라고요.” “그러면 그것을 튀기는 방법이 다 다를 것 아닙니까?”
“그렇지요. 그렇지만 자꾸 하다보면 무엇을 어떻게 튀겨야할지 지혜가 생기더라고요.”하는 순간 부지런히 돌아가던 뻥튀기 기계를 정지 시키더니 기다란 쇠꼬챙이로 기계의 중앙 부분을 약간 돌리자 ‘쉬~이~익!’소리가 들려왔다. “사장님! 왜 기계에서‘펑!’소리가 나지 않고 방귀소리가 난답니까?” “이것은 옥수수인데 간식용이 아니고 보리차용이기 때문에 고소한 맛이 우러나도록 이렇게 튀겼어요.” “그렇군요. 그러면 이렇게 한번 튀기는 요금은 얼마랍니까?”
“오천 원씩 받고 있는데 너무 비싸다는 사람도 있거든요. 그런데 저희들은 또 나름대로 고충이 있거든요.” “무슨 고충이 있는데요.” “선생님이 보기에 이렇게 뻥튀기를 튀기면 들어가는 게 아무 것도 없는 것 같지요? 그런데 여기도 들어가는 게 있거든요.” “무엇이 있는데요.” “첫 번째로 이렇게 기계를 돌리려면 모터를 돌려야하는데 전기가 있어야 할 것 아닙니까? 그래서 옆집에서 전기를 끌어오든가 아니면 차의 시동을 켜고 있어야하는데 그러다보면 기름 값이나 전기요금이 들어가게 되어 있거든요.”
“정말 그러겠네요. 그리고 또 뭐가 들어가는데요?” “그리고 기계 아래쪽에 불을 지펴야 곡물이 팽창하며 튀겨질 것 아닙니까? 그러니 가스 값도 계산해야하고 또 인건비등을 계산해서 오천 원씩 받고 있어요.” “그러면 돈은 얼마나 버셨어요?” “뻥튀기를 해서 큰돈은 벌 수 없어요. 특히 요즘처럼 자꾸 기름 값이 오르면 따라서 물가도 같이 오르니 별로 남는 게 없는데 그래도 또 부도가 나거나 망하는 일도 없거든요. 그래서 나름 보람을 느끼기도 하니 제 생각에는 좋은 직업 같아요.”/류상진 전보성우체국 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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