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짜리 동전 한 개의 가치

전광투데이 승인 2024.03.17 17:48 의견 0


엊그제까지도 강한 바람과 많은 눈을 쏟아부으며 우리를 괴롭히던 동장군이 살며시 꼬리를 내리며 사라졌는지, 구름 한 점 없는 맑은 하늘은 가끔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만 아니면 따스한 봄날로 착각할 만큼 포근함이 가득해지면서, 지금까지 조용하던 숲속의 새들은 무슨 이야기를 주고받는지 여기저기서 시끄럽게 떠들고 있었다. 일행들과 함께 길을 가다 우연히 바라본 길 가장자리에 햇볕을 받아 반사되고 있는 누런 동전 하나를 발견하고 주워보니 2019년도에 발행된 10원짜리 동전이었다.
그래서 ‘아직 쓸만한데 누가 이것을 버렸을까?’ 혼자 중얼거리자 선배께서 “자네 혼자 머시라고 해싼가?” 물었다. “누가 일부러 버리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 혹시 주머니에서 빠진 것인지 몰라도 10원짜리 동전 하나가 저쪽 길바닥에 떨어져 있네요.”
“그래~에! 아이고~ 오늘 자네 대운(大運) 터졌네!”하며 빙그레 웃는 것을 보고 “아니 10원짜리 동전 하나 주웠는데 대운이 터져요?” “그게 터졌으니 줍지 그렇지 않으면 아무나 함부로 못 줍는 거야.” “에이! 아무리 그런다고 10원짜리 동전 하나 못 줍겠어요?”
“그게 아니라니까 그러네 자네 지금 그게 작은 돈이라고 무시해서 그러지? 그런데 지금은 별 쓸모가 없다고 하겠지만 옛날 그러니까 1960년도에는 동전 말고 종이돈 10원짜리가 있었는데 그걸 가지고 가면 그 당시 아이스케키 하나를 살 수 있었는데 봄하고 여름에는 10원에 한 개를 팔았는데 가을이 되면 ‘시원한 아이스케키 2개에 십 원! 또 세 개에 십 원!’씩 팔기도 했거든, 또 학교 앞 문방구에 가면 그 시절 불량식품으로 불렸던 벼라별 과자를 다 살 수 있을 만큼 큰돈이었고 또 요즘에도 인터넷에서 물건을 구입할 때 10원만 적게 입금을 시켜도 물건을 보내주지 않고 모두 입금될 때까지 기다리고 있더라고. 어디 그것뿐인가? 우리가 여행하려고 버스나 열차표를 구입할 때도 10원만 부족해도 승차권이 발행되지 않으니 그렇게 생각하면 큰돈인데 그걸 무시하면 되겠는가?”
“아이고~ 형님도 제가 그걸 무시하다니요.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후배가 “저의 처가의 장모님께서 마을회관으로 화투를 치러 다니시거든요.”
“그래서 많이 따셨다던가?” “아니 그런 게 아니고 끝까지 들어보세요! 에험!”헛기침을 한 번 하더니 “그런데 마을회관에 화투 치실 분들은 많고 10원짜리 동전은 항상 부족하니까 ‘그러지 말고 회관 돈으로 10원짜리를 바꿔다 놉시다.’ 의견을 모아 현금 1만 원을 여기저기 금융 기관에서 바꿔다 놓았는데 그게 천(千) 개 아닙니까?”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그래서 마을 사람들이 모여 화투를 칠 때마다 동전을 나눠 사용하고 또 끝이 나면 그걸 모두 통에다 넣어두는 식으로 운영(?)을 했는데 어느 날부터 동전이 조금씩 줄어들기 시작하더라네요.” “그러면 누가 아무도 모르게 조금씩 가져갔을까?”
“글쎄요! 그것까지는 잘 모르겠는데 조금씩 줄어든 건 사실이거든요. 그래서 처음에는 ‘이것 누가 째깐씩 가지가고 있는 모냥인디 그라지 말고 존말 할 때 어서 도로 갖다 놔불소 잉!’ 했지만 아직까지도 누가 가져다 놓은 사람이 없어서 우리 집사람이 집에 모아둔 10원짜리를 장모님께 드리며 ‘그러면 엄마는 이 돈 가지고 가서 화투 쳐!’ 했다네요. 그런데 장모님께서 ‘아니 내가 우리 딸이 동전을 주드라! 하고 가지 가문 사람들이 나를 의심할 것 아니냐?’ 하며 싫다고 하셨다네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어떻게 되겠어요? 10원짜리 동전이 많이 없어졌다고는 하지만 오늘도 회관에서는 남아있는 동전으로 열심히 화투를 치고 계시겠지요.”/

류상진 전 보성우체국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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