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네 때문에

전광투데이 승인 2024.04.21 16:36 의견 0


관주산 정상에서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함께 내려오는데 마을 형님께서 “내가 어젯밤 황당한 일을 겪었단 마시.” 하며 입을 열었다. “무슨 황당한 일을 겪으셨는데요?”
“어제 늦게까지 TV를 시청하고 거실에 있는 소파에서 살며시 잠이 들었는데 잠결에 무엇이 허벅지를 ‘콱!’ 무는 느낌이 들면서 가렵더라고. 그런데 잠결에 그랬으니까 그냥 손톱으로 가려운데 만‘박! 박!’ 긁고 잠이 들어서 무엇 때문에 가려웠는지 몰랐거든. 그리고 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활짝 열고 소파의 이불을 ‘탈! 탈!’ 털었는데 이불에서 면봉처럼 길쭉하면서 시커먼게‘툭!’ 떨어지더라고. 그래서 이것이 무엇일까? 주워봤는데 그게 지네 새끼더라고.”
“예~에? 지네 새끼였다고요?” “글쎄 그렇다니까.” “아니 요즘 꽃샘추위다 뭐다 해서 지네들이 활동할 시기도 아닌데 왜 그게 하필이면 형님이 덥던 이불 속으로 들어갔을까요?” “그러니까 내가 그 이유를 모르겠거든. 그런데 분명한 것은 어젯밤 이불속에서 내 허벅지를 물었는데 나는 그것도 모르고 그냥 ‘박! 박!’ 긁고 잠이 들었다는 것, 그리고 나를 물었던 지네는 다른 데로 도망가지 못하고 내 허벅지에 눌려 압사해서 죽었다는 것, 그것은 분명한 것 같거든. 그런데 지네가 이번만 물었던 게 아니고 여름이면 꼭 한두 번씩 우리 식구들을 무는 바람에 비상이 걸릴 때가 있거든.”
“그런데 형님 댁에는 현관문도 마찬가지고 유리창도 샷시로 되었으니 꼭 닫아놓으면 지네가 들어갈 구멍도 없는데 그러네요.” “그러니까 내가 이상하다고 하는 거야. 작년 여름 한 참 무더울 때 서울 사는 우리 손녀가 모처럼 할아버지네 집에 내려와 목욕탕에서 샤워를 하다 갑자기 ‘할머니! 할머니~이!’를 부르고 야단이 났어!” “그때는 또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우리 손녀가 한참 몸에 물을 뿌리고 있는데 갑자기 젓가락만큼 기다랗고 시커멓게 생긴 지네 한 마리가 꾸물꾸물 기어 오는데 생전 지렁이 한 마리도 본 적 없던 애기가 그것을 보았으니 기겁을 했을 게 아닌가? 그래서 난리가 또 한 번 났거든.” “그랬으면 정말 놀라셨겠네요. 그런데 몇 년 전 저의 친구는 미력면에 새집을 짓고 신혼살림처럼 침대는 물론 이불까지 새로 장만해서 드디어 이사한 첫날 밤 잠을 자려고 이불 속으로 발을 쑤욱 넣었는데 갑자기 발가락을 무엇이 사정없이 물더라네요.”
“발가락을 물었다고?” “글쎄 그랬다니까요. 그래서 이불을 확 젖히고 보았더니 마치 나무 젓가락만큼 기다랗고 시커먼 지네 한 마리가 침대 밑으로 떨어지더니 쏜살같이 달아나더라네요.”
“그래서 그걸 잡았을까?” “그런데 그 지네를 잡았다는 이야기는 하지 않고 다음 날 아침 식사를 하려고 뜨거운 국물이 들어있는 냄비를 식탁 받침대 위에 올려 놓았더니 어젯밤 침대 위에서 보았던 지네보다 더 큰게 받침대에서 나오더니 쏜살 같이 도망을 가더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래서 내가 집을 잘못지어 와서 이런가? 하는 생각과 집을 팔아버릴까? 어쩔까?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라고 해서‘이 사람아! 그런다고 집을 팔아버리면 되겠는가? 이제 조금만 있으면 지네 같은 건 정리가 될테니 조금 참고 기다려보시게!’ 했는데 지금은 조용하더라고요.” 하자 옆에서 조용히 듣고있던 후배가 “저의 집사람도 매년 여름만 되면 이상하게 지네에게 한 번씩 물리거든요.
그래서 단골 의원(醫院)에 가서 가려움증 없애주는 주사를 맞는데 원장께서 ‘단층에 사는 사람들은 단층이니까 물린다고 하겠는데 우리는 3층에 살고 있는데도 우리 집사람은 일 년이면 꼭 한두 번씩 물리고 있거든요.’하더라네요.”/류상진 전 보성우체국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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