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아침 평소처럼 창문을 열었더니 언제 내렸는지 하얀 눈이 온 세상을 백색의 세계를 만들어 놓았는데 아직도 눈은 그치지 않고 때마침 불어오는 차갑고도 강한 바람을 타고 계속해서 여기저기 뿌리고 있었는데, 어디선가 들려오는 ‘빡~빡~’바닥 긁는 소리가 누군가는 열심히 눈을 치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함께 산을 내려오는데 선배께서 “자네는 설 쇠고 집에서 무엇했는가?” 물었다. “설 날은 산소에 성묘 다녀와서 그냥 집에서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금방 하루가 가 버리데요. 그리고 다음날은 또 애기들 간다 그래서 그것 좀 지켜보다 하루가 가 버리고, 그다음 날은 하루 종일 비가 내리는 바람에 또 집에서 꼼짝도 못하고 이 방에서 저 방으로 왔다 갔다 하다 보니 하루가 가버리고 하여튼 삼 일을 집에서 가만히 있으려니 다리에서 경련이 일어나려 하더라고요.
그런데 형님은 그동안 무엇하셨어요?” “나라고 설 명절에 특별히 무엇을 할 것이나 있겠는가? 그냥 애기들 가는 것 보고 점심을 먹었는데 우리 큰애가 뒤쪽 방죽을 내려다 보더니 ‘아부지 오늘은 할 일도 없고 그랑께 뒷 방죽에 가서 낚시나 하면 어떻겠어요?’ 묻더라고, 그래서 ‘요새 이라고 날씨가 추운디 고기가 잡힌다냐?
무담시 헛고생 하지 말고 따땃한 이불 속에 드러누워 테래비나 보그라!’했는디 은제 간지도 모르게 낚시를 갔든 갑드라고, 글드니 을마 안 있응께 집으로 왔어! 그래서 ‘괴기 을마나 잡었냐?’ 물었드니 ‘물고기들도 명절날인가 어쩐가 아예 미끼는 건들지도 않는데 우연히 건너편을 바라보니 어디서 나타났는지 담비 두 마리가 커다란 소나무를 올라갔다 내려왔다 하면서 장난치는 모습이 너무 귀엽고 예뻐 휴대폰에 담아왔다!’며 보여주는데 정말 이쁘데!”
“요즘 담비는 귀한 동물인데 정말 운 좋게 조카 눈에 들어왔나 보네요. 그런데 요즘처럼 날씨가 추운 날은 물고기들도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다고 그러더라고요. 그런데 미끼를 무엇으로 썼는지 모르지만 제가 물고기 같아도 그걸 먹으려고 달려들겠어요?”
“그건 자네 말도 맞는데 또 옛날 내가 젊었을 때만 해도 물고기들이 아주 많았는데 요즘은 그렇지 못한 것 같거든, 실제로 옛날에 동네 뒷 방죽에서 낚시를 넣으면 던지기가 바쁘게 물려 나왔는데 최근 들어서는 낚시를 넣으면 어쩌다 몇 마리 잡힐 때도 있고 어떤 때는 전혀 반응이 없을 때도 많고 그래서 ‘요즘 물고기가 전부 이사를 갔다냐? 으쨌다냐?’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더라고.”
“형님! 그런데요. 요즘 물고기 뿐이겠어요? 옛날 우리 젊었을 때 피라미 잡는 유리병을 가지고 강가에서 된장을 조금 풀어 물고기를 유인한 뒤 유리병 안에 된장을 붙여 바닥이 조금 옴팍한 곳에 병이 떠내려가지 않도록 돌로 주위를 쌓아 가운데에 놓아두면 그야말로 물고기들이 수도 없이 달려들어 몇 시간만 잡아도 ‘멸치 배가 내렸다!’고 할 만큼 많은 물고기가 잡혔는데 요즘은 그런 재미는 전혀 없다고 하더라고요.”
“어디 그것뿐인가? 옛날 우리 젊었을 때 저기 노동면 대련리 큰 다리 밑으로 고동(다슬기)을 잡으러 가면 몇 시간 잡지 않아도 빨간 양파 자루를 가득 채워 왔는데 지금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별로 잘 보이지 않는다고 하더라고.”
“그런 것들이 모두 우리 인간들이 자꾸 자연을 파괴하니까 그런 것 같아! 옛날에는 강(江) 상류에 아무 시설도 없어 오염될 것 없는 자연 그대로였는데 지금은 사람들이 집을 짓고 또 축사를 지어 여기저기서 폐수를 흘려보내니 환경이 오염되어 그런 것 같으니 옛날로 다시 돌아가는 좋은 방법은 없을까?”/류상진전 보성우체국 집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