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늦지 않게 식당으로 향했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 와!”하며 먼저 온 친구들이 반겨 주었다. 그리고 식사를 하는데 친구 한 사람이 국그릇에 수저를 넣어 저어보더니 “나는 국물 있는 음식을 먹으면 안 되는데 어떻게 하지?”하며 곤란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국물 있는 음식을 먹으면 안 된다니 그건 또 무슨 말인가?” “엊그제 내가 병원에 갔는데 담당 의사께서 ‘선생님은 신장이 좋지 않으니 짠 음식 특히 국물을 드시면 자연스럽게 음식을 짜게 먹게 되니 될 수 있는 대로 드시지 마세요.’ 하더라고.” “그래~에! 국물이 몸에 해로우면 건더기만 건져 먹으면 되지 않을까?”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하고는 있지만 한국 사람은 그래도 시원한 국물에 밥을 먹어야 ‘아! 잘 먹었다!’하는데 그것도 없는 마른 밥을 먹으려니 이것도 영 고역일세!” 하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친구가 “그러면 국물을 조금 싱겁게 해서 먹으면 되지 않을까?”
“글쎄! 나는 아직 그것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앞으로 정 밥 먹기가 불편하면 어떻게 하겠는가? 그렇게라도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해 봐야지.” 하자 옆의 친구가 “자네는 그래도 국물만 조심하면 되지만 나는 약 보름 전부터 잠을 못 자 정말 죽는 줄 알았네.” 소리에 “아니 죽는 줄 알았다니 그건 또 무슨 소린가?”
“내가 약 보름 전 밤에 잠을 자려고 자리에 누웠는데 갑자기 손가락 발가락은 물론이고 온몸을 마치 바늘로 찌르는 것처럼 통증이 오기 시작하는 거야.” “갑자기 그런 통증이 시작되었으면 정말 고약했겠는데 그래서 어떻게 했던가?” “그래서 류마치스 관절염 전문 병원으로 갔는데 예약을 하면 6개월 후에나 의사를 만날 수 있다 하더라고!” “6개월 후에 의사를 만나면 그동안 환자는 어떻게 하고?”
“그런데 어떻게 하겠는가? 그래서 이번에는 예약을 하지 않고 의사를 만나는 병원으로 갔는데 거의 한나절을 기다려 순서가 돌아오더라고.” “그만큼 류마치스 관절염 환자가 많다는 이야기일까?” “그러니까 말일세, 하여튼 그렇게 해서 의사를 만나 여기저기 사진 촬영을 하고 결과를 봤는데 ‘원인을 알 수가 없다!’는 거야.” “아니 원인을 알 수 없으면 어떻게 하라고?”
“그래도 하여튼 약을 지어주면서 ‘일단 약을 드셔보시고 보름 후에 다시 오세요.’하는데 어떻게 할 것인가? 시키는 대로 해야지 그래서 약국에서 약을 지으면서‘내가 사정이 이렇게 생겨 통증 때문에 벌써 3일째 잠을 못 이루고 있으니 강력한 진통제를 주시면 좋겠다!’고 했더니 두 가지 약을 주면서 ‘병원 약을 드시고 나서도 아프시면 이 약 두 가지를 같이 드시면 효과가 있을 겁니다.’ 하더라고 그런데 그날 밤 병원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고, 약국에 약을 먹어도 아무 소용이 없어, ‘아이고! 오늘 밤에도 잠자기는 틀렸다.’고 포기를 했는데 문득 시계를 보니 병원 약을 먹은지 3시간이 넘었더라고.”
“그러면 그때도 몸은 계속 아프고?” “계속 아프니까 문제 아니겠는가? 하여튼 그래서 ‘3시간이 넘었으니 약을 한 봉 더 먹으면 어쩔까?’ 하는 생각이 들어 더 먹어 보았어! 그러고 나서 약 10분쯤 지났는데 신기하게도 몸에 통증이 가라앉기 시작하는 거야!” “정말 통증이 가라앉았다고?”
“정말 그랬다니까 그래서 잠이 든 것이 다음 날 오전 10시가 넘어서자. 집사람이 ‘밥 먹고 자라!’며 깨우더라고 그래서 밥을 먹고 3일 동안 못 잔 잠을 오랜만에 정말 편하게 잦거든. 그리고 병원에 가서 이야기를 하니까 아예 3개 월분을 지어주더라고. 그래서 요즘은 정말 거짓말처럼 잠을 잘 자고 있네.”/류상진 전 보성우체국 집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