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주산 정상에 올라“하나! 둘! 셋! 넷!” 팔 굽혀 펴기 운동을 하고 있는데“동생! 일찍 오셨네!”하는 소리에 고개를 들어보니 잘 아는 선배께서 활짝 웃고 있었다. “형님! 오랜만이네요. 그런데 오늘은 알바 안 나가셨어요?” “요즘은 오후에 나가고 있어!” “아니 왜요? 그래도 오전에 근무하고 오후에 쉬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요?”
“그런데 그게 시골 실정에는 잘 안 맞더라고.” “시골 실정이 어떤데요?” “내가 하는 일이 시골 어르신들 우울증이나 자살 예방 캠페인을 벌이는 일인데 사무실에 가만히 앉아있으면 사람이 아무도 찾아오지 않더라고, 그래서 생각해 낸 것이 직접 시골로 돌아다니며 노인들을 만나는 일인데 오전에 가면 사람을 만날 수가 없어! 그래서 작전을 바꿔 오후에 가니 그래도 오전 보다는 더 났더라고!”
“그러면 사람을 만나 무엇을 하는데요?” “우선 애로 사항이 무엇인지 들어주고 혹시 우울증이 있는 것은 아닌지, 그래서 자살 같은 것을 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또 치매 증상은 없는지 알아보고 잠시라도 같이 놀아주고 오는 일이거든.” “그러면 마을까지 가실 때 차편은 어떻게 하시고요?” “우리 차로 마을 입구까지 가서 한쪽에 세워둔 다음 걸어서 각 가정을 방문하는데 처음에는 정말 사람 만나기도 힘들고 또 ‘혹시 나쁜 사람들은 아닌가?’ 의심하는 경우도 있어 많이 힘들었는데 차츰 시간이 지나면서 숙달이 되어가니 괜찮더라고.”
“그런데 형님이 보시기에 시골 노인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것이 무엇이던가요?” “제일 힘든 것이 혼자 살고 있으니 고독(孤獨)과 같은 외로움이 가장 힘든 것 같더라고, 그래도 낮에는 조그만 텃밭이라도 일구고 마을 회관에 나가면 한두 명이라도 사람을 만날 수 있어 이야기라도 나누면 시간이 잘 가는데 저녁 때가 되어 집에 돌아오면 아무도 없으니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다가 생각나면 TV라도 켜는데 그걸 잊어버리면 정말 적적하고 힘이 든다고 하더라고.” “그러면 부부가 같이 사는 가정은 어떻다고 하던가요?”
“시골에 거주하는 노인들 나이가 대부분 70대 후반에서 80대가 넘어 90대까지 있는데 두 분이 살아계신다면 거의 다 한 분은 요양원이나 병원 그렇지 않으면 집에 누워 계시더라고, 그런데 지금도 돈이 아까워 병원에 못 가는 노인들도 있더라고.” “아니 돌아가시면 돈이 필요가 없을 텐데 그러네요.” “그렇게 말이야! 그런데 시골 노인들도 나름대로 또 외로움을 해소하는 방법이 있더라고.”
“외로움을 해소한다면 무슨 방법인데요?” “어떤 영감님은 아침 식사만 끝나면 바로 경로당으로 출근하시는데 ‘경로당에 일찍 가서 무엇하세요?’ 물었더니 집에 있어 봐야 누구와 이야기할 사람도 없으니, 경로당에 나가서 친구들과 점심 내기 화투를 치든지 아니면 바둑이나 장기를 두는데 어떤 때는 돈을 잃기도 하지만 그래도 집에 혼자 우두커니 있는 것 보다 그것이 훨씬 낫다고 하시더라고, 또 어떤 분은 시간 맞춰 요양원에서 차로 모시러 왔다 저녁 때가 되면 집으로 모셔다드리니
‘아주 편하고 좋다!’고 하는 분이 있지만 대부분 노인은 움직일 수만 있으면 직접 농사를 짓거나 또 몸이 허락하면 집에서 텃밭이라도 가꾸려고 하지 가만히 계시는 분은 안 계시는데 어느날은 할머니 한 분이 속옷 차림으로 ‘엄마를 찾는다!’며 마을을 돌아다니고 있어 알아봤더니‘치매’ 증상이 있는 할머니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마을 이장에게 연락했는데 그 뒤로 할머니께서 어떻게 되었는지 연락을 해주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앞으로 시간이 가면 갈수록 시골 노인들의 수는 더 많아질 텐데 정부에서 좋은 대책을 세워줬으면 정말 좋겠네.”/류상진 전 보성우체국 집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