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가다 우연히 토끼풀이라 불리는 클로버가 넓게 펼쳐진 잔디밭을 만났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혹시 네잎클로버가 있지 않을까?’ 이리저리 고개를 돌려 찾아보다 문득 ‘네잎클로버는 행운을, 세 잎 클로버는 행복을 상징한다!’는데 나는 왜 행복은 옆에 이렇게 많이 두고 행운만 찾고 있을까?’ 생각하며 네잎클로버 찾는 일을 포기하고 말았다.
관주산 정상에서 “하나! 둘! 셋! 넷!” 맨손 운동을 하고 있는데 누군가 “동생 오셨는가? 오랜만이네!” 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선배 한 분이 빙그레 웃고 있었다. “형님! 오셨어요? 요즘 계속 안 보이더니 오늘은 오셨네요.”
“요새 애기들 집에 좀 다녀오느라 여기를 못 왔거든. 그란디 모다들 별일은 없었제?” “이삼일 비 내린 것 빼고 무슨 일이야 있겠어요? 형님도 별일 없으셨지요?” “나는 항상 읍는 사람이여!” 하더니 낮은 철봉에 양손을 짚고 “하나! 둘! 셋! 넷!” 팔 굽혀 펴기를 시작하더니 갑자기 “아이고! 인자 이것도 못하것네! 그래도 옛날에는 한 번에 한 50개씩 하고 그랬는디 지금은 몇 개도 못하고 이라고 지쳐부니 사람이 으째 이라고 물짜져 부렀는가 몰것네!”
“방금 몇 개나 하셨는데요?” “몰라! 한 스물댓 개나 했는가 으쨌는가?” “그래도 형님 나이가 낼모레면 80살인데 지금 그렇게만 하시는 것도 대단한 것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면 동생 말이 맞는데 내 생각에는 지금도 옛날처럼 무엇이든 다할 수 있을 것처럼 느껴지거든. 그런데 동생도 인자 70살이 넘었제?” “진작 넘었지요. 그런데 나이는 왜 물으시는데요?”“내가 그래도 60대까지는 잘 몰랐는데 70살이 넘어서니 조금씩 몸에 변화가 오기 시작하는 것 같더라고.” “변화라면 어떤 변화를 말씀하시는데요?”
“그러니까 70 이전에는 잘 모르고 살았는데 70살이 넘어서자 어느 날부터 걱정이 많아지면서 밤이면 잠이 잘 안 들어! 아침에 일어나면 밤새 했던 걱정이 아무 필요 없는 것인 줄 알면서 ‘오늘 밤은 그런 걱정 안 해야겠다!’ 하지만 소용이 없이 또다시 걱정이 많아지더라고! 그런데 옛날 우리 어머니께서 아버지께 ‘뭐라고! 뭐라고!’ 잔소리를 하시면 한참 듣고 계시다.
‘어허이!’하면 그걸로 딱 끝이거든, 그런데 우리 집사람은 ‘뭐라고 뭐라고!’ 잔소리를 하면 나도 가만히 듣고 있다 ‘어허이!’몇 번을 해도 아무 상관없이 계속하거든, 그것을 보면 우리 어머니 보다 우리 집사람이 더 성질이 있는 건지 알 수 없지만 하여튼 우리 어머니처럼 조금 참기도 하고 그래야 하는데 남자나 여자나 나이를 먹으면 성질이 변하는 것 같거든.” 하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다른 선배께서
“옛날 우리 어머니께서 내가 무엇을 하고 있으면 옆에 오셔서 가만히 계시면 좋겠는데 기어이 알려고 물어보시고 또 잘 알지도 못하면서 ‘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잔소리를 하셨거든 그런데 우리 집사람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게 했던 것 아무것도 아니고 더 심하게‘이래라! 저래라! 잘한다! 못 한다!’ 하셔서 우리 집사람은 ‘나는 절대 우리 딸이나 며느리에게 잔소리를 안 해야겠다!’
마음먹었다고 하더라고, 그런데 어느날 조금 짜증 나는 일이 있어 며느리에게 ‘이래라! 저래라! 잘한다! 못 한다!’ 했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옛날 우리 시어머니께서 했던 것을 나도 똑같이 하고 있더라는 거야.
그래서 ‘이제는 안 그래야지! 또 조심해야겠다!’ 했지만 어쩌다 보면 그런 성격이 나와 버리기 때문에 그게 쉽게 고쳐지지 않더라는 거야! 그런데 그런 모든 것이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생기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류상진 전 보성우체국집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