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치 없는 자랑

전광투데이 승인 2021.07.18 18:12 의견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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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까지도 붉은, 노란, 분홍색 화려한 꽃을 피우고 오가는 길손에게 예쁜 손을 흔들어 주던 장미꽃이 모두 져버리자, 숲속의 애기단풍은 마치 녹색 커튼처럼 가지를 길게 늘어뜨리고 지나가는 다람쥐 한 마리 불러 세워 이야기를 나누는데, 옆 동네 까치는 무엇이 그리 못 마땅한지 아까부터 계속‘깍! 깍!’소리를 질러대고 있었다.
점심시간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데 후배가“이번 주 토요일 날 제 딸 결혼식 피로연이 있으니 시간 있으면 오셔서 축하해주시고 점심식사도 같이 하시게요.”하면서 청첩장을 내 놓았다. “그러면 사위는 무엇 하는 사람인데?” “서울에서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네요.” “그럼 자네 딸도 서울에서 근무하고 있는가?”
“그렇지요. 그런데 같은 회사는 아니고 가까운 곳에서 근무하다 서로 만난 것 같아요.” “사람이 연분이 있으면 어디서 근무하든 서로 만나게 되어 있는데 그래도 가까운 곳에 있어야 만나기가 쉽지 먼 곳에 있으면 그게 쉽지 않거든.”하자 옆의 친구가 “우리 사촌 누나는 기차를 타고 강원도 여행을 하던 중 우연히 잘생긴 남자와 합석하게 되었다네, 그런데 열차에서 내려 버스를 탔는데 또 그 남자와 같은 자리에 앉은 거야!”
“정말 그랬어? 그것 참 신기한 일일세!” “그런데 버스에서 내려 각자 헤어졌기 때문에 잠시 동안이라도 잊고 있었는데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열차를 탔는데 또다시 그 남자와 합석하게 되었다네!”
“그건 우연이 아니고 무슨 필연이 있어 그런 것 아닐까? 그래서 어떻게 되었는데?” “어떻게 되기는 뭐가 어떻게 되겠는가? 우리 사촌 누나가 더 적극적으로 서둘러 그 남자와 결혼했고 지금도 잘 살고 있어!”
“잘 살고 있으면 된 거야. 그래서 그게 바로 천생연분이라는 거야! 그런데 자네는 이번 딸을 끝으로 자녀들 결혼은 모두 끝나는 셈인가?” “아니요! 아직도 하나 더 남았어요.” “그랬어? 그럼 자네 나이도 있는데 어서 빨리 서둘러야겠는걸.” “그러니까요. 애들이 내일이라도 짝만 데리고 오면 정말 좋겠는데 현실은 그렇지 못하니 걱정이네요. 결혼이라는 게 어디 혼자서 되는 일입니까?” “자네 말이 맞는 말이네! 요즘은 옛날하고 달라서 자신의 짝이 될 사람을 데려와야 하는데 그게 그렇게 쉽지 않으니 문제가 되는 것 아니겠는가? 그리고 부모의 입장에서는 하루라도 빨리 자녀들 결혼을 시키면 좋겠는데 그게 마음대로 쉽지 않으니 그것 또한 걱정이고.”하자 옆의 선배께서 “그런데 자녀 결혼 시키는 것도 좋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 화(禍)나 돋우지 말았으면 좋것데!” “왜요? 자녀 결혼 때문에 무슨 일이 있었나요?”
“나는 우리 애들 하나도 결혼 시키지 못해 애가 닳아 죽을 지경인데 누가 청첩장을 가지고 찾아왔어! 그리고는 한다는 소리가‘자네는 은제 애기들 결혼 시킬란가? 너머 골르지 말고 적당히 해서 얼렁얼렁 여워불소!’하드라고! 나는 애기들 결혼 안 시키고 싶어서 그라고 있으꺼인가? 하루라도 빨리 했으문 좋것지만 그것이 맘대로 안 된디 으짜꺼인가?” “정말 화가 나셨겠네요.”
“그라고 또 한 가지! 나는 울 애기들 결혼도 못시켜 죽을 지경인디‘어이! 우리 손지 을마나 이삔가 한번 봐보소!’하면서 사진을 보여준디 내가 보기에 옥상에서 떨어진 메주덩어리 보다 더 징하게도 못 생겼드만 그걸 쭉쭉 빨고 야단이여!”
“에이! 그날 형님 기분이 안 좋아 그렇게 보였겠지 요즘 안 예쁜 애기들이 어디 있어요?” “몰라! 참말로 그랬는가 어쨌는가 하여튼 사람이 자랑하는 것도 좋지만 상대방 입장도 배려할 줄 알아야지 자신만 좋다고 눈치코치 읍시 자랑만 하고 그라문 안 되는 거시여!”/

류상진 전보성우체국 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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