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들의 수다

전광투데이 승인 2022.11.13 18:21 의견 0


푸른 하늘에 흰 구름 한 조각 어디론가 천천히 흘러가고, 시골 들녘의 누런 벼들은 어제보다 조금 더 고개를 숙인 채 지나가는 바람에 몸을 맡기고 이리저리 흔들리는데, 어디서 날아왔는지 고추잠자리 한 마리 아까부터‘여기는 내구역이다!’라는 듯 누런 벼 위를 천천히 왔다갔다 저공비행하고 있었다. 오늘은 친구들과 모임이 있는 날이어서 시간에 늦지 않게 식당으로 향했다.
그리고 문을 열고 들어서자 “어서와!”하며 먼저 온 친구들이 반겨주었다. “요즘 환절기에 날씨도 고르지 않은 것 같은데 잘들 살았는가?” “잘 살았으니 여기 이렇게 앉아있지 못 살았으면 여기 오기나 했겠는가?” “하긴 자네 말이 맞네! 그런데 영철이 이 친구는 왜 이렇게 안와? 혹시 모임 날짜를 잊어버렸을까?”
“아니 아까 낮에 만났을 때‘저녁에 식당에서 만나자!’하던데!”하는 순간 ‘띠로링~~~’휴대폰 벨이 울리기 시작하였다. “응! 아직까지 안 오고 무엇하고 있어? 뭐라고? 주차장에 친구들 차가 안 보인다고? 이 사람아! 오늘은 토요일인데 광주 사는 친구라면 모를까 모두 집에서 운동 삼아 천천히 걸어 나오지 누가 차를 가져오겠는가? 전화 끊고 빨리 들어와!”하더니 “이 사람도 가끔 엉뚱한 데가 있어!”하는 순간 “모두들 잘 살았는가? 오늘 나는 주차장에 친구들 차가 안보여 혹시 식당을 잘못 알았는가? 괜한 생각을 했네!”하며 미안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식사를 하면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요즘 자네는 무엇 하며 지내고 있는가?” “나는 산에 다니고 있어!” “그러면 최근에 어느 산에 다녀왔는데?”
“지난주에 경남 합천에 있는 가야산에 다녀왔는데 산이 굉장히 웅장하고 멋진 산 같은데 그날 하필 짙은 안개 때문에 통 앞이 보이지 않더라고 그래도 다행스럽게 비는 내리지 않아 정상까지 다녀왔는데 산 주위나 아래쪽이 아무 것도 보이지 않아 정말 안타깝더라고.”
“그러면 해발 몇 미터나 되던가?” “산 정상이 상왕봉 같은데 해발 1,430m으로 되어 있더라고, 그런데 거기서 2백 미터쯤 더 가면 칠불봉(七佛峯)이 나오는데 그 봉은 해발 1,433m로 상왕봉 보다 3m가 더 높은데 어느 봉이 정상인지 헷갈리더라고.” “그러면 인터넷에 조회를 해보지 그랬든가?”
“조회를 해 봤더니 산에 대한 설명만 늘어놓았지 정확히 어디라는 이야기가 없더라고, 그래도 어찌되었던 가야산에 다녀온 것은 확실하니 그걸로 만족해야 되지 않겠는가? 그런데 자네는 요즘 통 안보이던데 어디 다녀왔든가?”
“나는 우리 손녀가 병원에 입원하는 바람에 손자 봐주러 순천에 다녀왔네.” “손녀 어디가 아팠는데?” “병원에서는 장염(腸炎)이라고 그러는데 낮에는 잘 놀고 그러는데 이상하게 밤만 되면 잠을 못자고 울고 보채서 병원에 데려갔더니 ‘며칠 입원해야 할 것 같다!’고 해서 그렇게 했는데 며느리는 손녀 때문에 병원에 묶여 있어야 되고 아들은 직장에 출근해야하니‘집에서 손자를 봐 줄 사람이 필요하다!
’고 해서 내려갔거든. 그런데 손자 녀석도 ‘콜록! 콜록!’기침하는 바람에 어린이 집도 보낼 수 없어 한 며칠 아들집에서 같이 있었는데 그게 보통 힘 드는 게 아니더라고.” “특히 어떤 일이 제일 힘들던가?”
“애는 자꾸 밖에 나가자고 야단인데 기침하는 아이를 밖에 데리고 나갈 수가 없지 않은가? 그리고 은근히 아들 눈치가 보여 안 되겠더라고, 그러다보니 며칠 동안 방안에 갇혀 사는데 그게 어디 쉬운 일인가?” “방안에만 있었다면 정말 고생이 많았겠네. 하여튼 우리가 무슨 일을 하던 재미가 있으나 없으나 우리 아프지만 말고 건강하게 살아가세!”/류상진 전보성우체국 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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