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福) 이야기

전광투데이 승인 2024.10.20 17:54 의견 0

오늘은 친구들과 산행 약속한 날이어서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모여 산으로 향하였다. 그리고 산행을 마친 후 식당에서 점심 식사를 끝내고 “오늘 점심값은 내가 계산하겠네!” 하였더니 친구가 “내가 계산하려 했는데 자네가 하려는가? 그러면 나는 차(茶)라도 한 잔 사야겠네!” 하자 옆의 친구가 “자네들이 점심, 찻값을 다 계산해 버리면 나는 무엇을 해야겠는가?”
“자네는 기름값 들여가며 운전하는 사람인데 또 무엇을 한다고 그러는가?” “기름이 들면 얼마나 들겠는가? 내가 친구들에게 한 것이 아무 것도 없는데 모처럼 친구들을 위해 봉사하려 했는데 그것도 힘이 드네! 껄! 껄! 껄!” 웃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우리 일행이 시골의 외진 곳에 자리 잡은 조용한 카페에 들어서자 나이가 70살도 훨씬 넘어 보이는 여주인께서 “어서 오세요! 사장님들은 오늘 처음 보는 분들인데 어디서 오셨어요?”
“저희는 보성에서 사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면 서로 친구분들이신가요?” “그렇습니다.” “그럼 어디 다녀오는 길이세요?” “저쪽 산에 다녀왔어요.” “그러세요? 손님들은 복(福)이 많으신 분들 같아요.” “복이라면 무슨 복을 말씀하시는데요?” “건강, 사랑, 금전, 친구, 인덕 같은 것이 모두 복인데 제가 보기에 손님들은 건강 복도 좋으시고 금전 복도 많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런데 어떻게 저희가 그런 복이 있는 줄 아세요?” “제가 보기에 사장님들은 여유가 있는 것처럼 보여서요.” “정말요?” “사람이 돈이 없거나 살기 힘이 들면 그런 여유가 느껴지지 않거든요.” “그건 왜 그럴까요?” “제가 젊었을 때 우리 애기 아빠가 하던 사업이 그만 부도가 나고 말았어요! 그래서 그날부터 돈이 되는 일이라면 무엇이든지 허리가 휘어지게 했지만 좀처럼 살림은 나아지지 않았는데, 어느날 내 삶이 정말 서글프고 기가 막혀 어린 아들 손을 잡고 고개를 푹 숙인 채 힘없이 걸어가는데 누군가 ‘아줌마!’하고 부르더라고요.
그래서 고개를 돌려보니 길가에 사주 관상을 봐주던 할머니께서 손짓하더니 ‘젊은 아줌마가 너무 힘이 들게 걸어 내가 도와 줄 수 있는 것을 찾다 사주라도 봐주면 좋겠다!’ 싶어 불렀다며 생월생시(생년월일)를 묻더니 ‘지금은 정말 힘이 들고 괴로워도 조금만 더 참고 견디면 어느날 내 자신도 모르게 좋은 날이 찾아오면서 평생 돈의 구애를 받지 않고 살 수 있을 테니 행여라도 다른 생각 절대 하지 말고 살아라!’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그 뒤로 형편은 좋아지셨나요?” “물론 그때는 많이 힘들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차츰 좋아지더라고요.” “그랬으면 정말 다행이네요.”
말이 끝나자 옆의 친구가 “내가 약 50년 전에 우리 외사촌 형님과 보성 5일 시장에 간 적 있었거든, 그런데 그때만 해도 길가에 자리를 펴고 지나가는 사람을 불러 사주 관상을 봐주던 분이 계셨는데 어느날 나와 형님을 부르더니 ‘사주 관상을 보고 가라!’는 거야! 그래서 내가 먼저 ‘저는 어떻습니까?’ 물었더니 이리저리 살피더니 ‘선생님은 지금 복이 너무 많아 모든 것이 완벽하니 더 이상 볼 것이 없습니다.’ 하더라고 그래서 이번에는 사촌 형님이 ‘어떠냐?’
묻자 이모저모 살피더니 고개를 갸웃하면서 가족관계를 묻더니 ‘선생님은 아버님이나 본인 그리고 부인도 복이 없는 분들입니다.’ 하더라고 그래서 ‘아니 그래도 지금 잘 만 살고 있는데 그래요.’ 하자 다시 손가락을 꼽아 보더니 ‘아드님의 복이 굉장히 많기 때문에 잘 살고 계시는 겁니다.’ 하더라고 그러니 자신의 복이 없어도 가족 중 복 많은 사람이 있으면 그 덕에 잘 살 수 있다는 말이야!”/류상진 전 보성우체국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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