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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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1.10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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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네 집 담장을 살며시 넘어온 능소화가 예쁜 꽃을 피우고 오가는 길손에게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는데 갑자기 주인아저씨가 야단을 치기 시작하였다. “너는 예쁜 아가씨가 왜 그렇게 담장을 타고 넘어가기를 좋아하냐?”
“저는 원래 그래요.” “아니 원래 그러는 게 어디 있냐? 아가씨면 얌전하게 행동해야지!” 그러나 능소화는 아무 대답이 없었다. 관주산에서 운동을 마치고 일행과 함께 천천히 산을 내려오는데 어디선가 ‘애~앵 애~애~앵!’ 예초기 돌아가는 소리가 시끄럽게 들려오자 함께 걷던 선배께서 “낼모레가 추석이라 그런지 요즘 벌초들 하느라 야단인데 자네는 혹시 하였는가?” 후배에게 물었다.
“벌초를 하긴 해야겠는데 작업하는 후배를 만날 수가 없어 전화로 예약했는데 산소 위치를 위성 GPS에 찍어 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제가 산소 주소를 모르니 알려줄 수가 없지 않습니까?” “그러면 어떻게 할 건데?” “그냥 제가 한번 데리고 다녀오려고요.” “하긴 그렇게 해도 되겠네. 그런데 벌초는 한 봉하는데 얼마씩 받는다고 하던가?” “보통 8만 원씩인데 산소에 가봐서 벌이 넓은 곳은 8만 원 그리고 봉이 작고 일이 많지 않은 곳은 5만 원도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면 자네 산소는 어떤가?” “저의 산소는 그 친구가 말하는 것으로 봐서 5만 원씩이나 주면 될 것 같아요.” “그래도 4봉이면 20만 원인데 작년에는 어떻게 했던가?” “제가 기계를 빌려다 저의 집사람과 함께했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그래서 다른 데에 조금 절약해서 쓰기로 하고 벌초는 맡겨서 하기로 했어요.”
“그건 잘했네! 그러면 제일 많이 받는 곳은 얼마씩 받는다고 하던가?” “제일 힘들고 복잡한 곳은 20만 원씩 받았다고 하던데요.” “아니 그렇게 많이 받는 곳도 있어?” “그 친구 말에 따르면 산소 위치가 겸백면 초암산이라는데 거기는 명절 때가 아니면 사람이 다니지 않기 때문에 처음 찾아갔을 때는 정확히 위치를 몰라 위성 GPS를 켜고 이리저리 찾으러 다녔는데 그 뒤로 몇 번 다니다 보니 지금은 그냥 찾아갈 수도 있다고 하네요.”
“그러면 벌초하는 요금도 많이 받아야겠고 또 그 힘든 곳에 찾아가 벌초하려면 준비를 철저히 해야겠는데.” “그러니까 미리 지게를 준비해서 거기다 예초기 기름과 도시락, 음료수 등을 준비해서 올라간다고 하네요.”
“그러면 올라가는 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 “올라갈 때는 길이 제대로 나지 않아 예초기로 길을 내면서 가다가, 다시 내려와 또 지게를 지고 올라가기 때문에 약 2시간가량 걸린다고 하네요. 그리고 산소 두 봉 벌초하는데 2시간 나중에 내려올 때는 한 시간 모두 해서 5시간가량 걸리는데 그래도 하루 일당 40만 원을 받으니 쏠쏠한 수입 아닙니까?”
“벌초하느라 고생은 되겠지만 수입이 괜찮으니 그래도 해 볼 만 하겠네!” 하자 옆에서 가만히 듣고 있던 선배께서 “우리 조상님 산소는 모두 열세 봉인데 한 봉에 5만 원씩 해서 65만 원 그리고 팁 5만 원까지 해서 70만 원이 들었거든, 그런데 처음에 우리 자손들이 모여 벌초를 했는데 해마다 그렇게 하다 보니 가끔 직장이나 사업상 일이 바쁘고 그러면 사람들이 빠져 그러면 참석한 사람들만 더 힘이 들더라고, 그래서 진작부터‘벌초는 맡겨서 하자!’는 의견이 많았는데 ‘그래도 우리 조상님 산소인데 우리가 정성껏 해야지 그걸 맡기면 되겠냐?’ 절대 반대했거든, 그러다 금년에 처음 맡겨서 했는데 정말 깨끗하게 잘해 놨더라고 그래서 벌초하던 날 먹었던 술, 음식 그리고 이것저것 경비를 계산해 보니 오히려 맡겨서 하는 편이 훨씬 돈이 적게 들고 또 편해서 좋더라고.”/류상진 전 보성우체국 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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