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공백 우려 속에서도, 올해 문을 연 여수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이 휴일도 없이 진료에 나서며 우리 아이들의 든든한 건강지킴이가 되고 있다.
아이를 둔 부모들은 대부분 늦은 밤 자녀가 아파 마음 졸인 경험을 갖고 있다. 응급실을 찾아가거나, 아이를 달래고 지켜보다가 밤을 꼬박 새우고 나서야 소아청소년과로 황급히 달려간다. 이런 부모들에게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은 그야말로 한 줄기 빛과 같다.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은 1년 365일 평일 밤 11시, 주말 및 휴일에는 오후 6시까지 운영된다. 18세 이하 소아·청소년 경증 환자가 전문의의 신속한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여수시는 지난해 10월 여수중앙병원과 공공심야어린이병원 협약을 맺고 올해 초 문을 열었다. 10월 말 현재 3,840명의 소아 환자가 이용했으며,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하지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듯 ‘주변 약국이 일찍 문을 닫아 불편하다’, ‘주사·수액 치료가 안돼 아쉽다’ 등 아쉬움을 토로하는 목소리도 있다.
▲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의 문을 열기까지 온갖 난항을 겪은 여수시
여수의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은 ‘여수중앙병원’으로, 지난해 시와 협약을 맺고 올해 초 문을 열었다. 하지만, 이 협약을 맺기까지 시에서는 지난 몇 년간 큰 난관을 겪었다.
지난 2017년부터 ‘여수공공심야어린이병원’을 마련하기 위해 의사회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수차례 공모하고 참여를 요청하며 설득에 나섰지만, 의료계의 반응이 냉랭했기 때문이다.
하나같이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인력을 구하기도 어렵고 불을 보듯 뻔히 예상되는 적자를 감수해야 하기 때문에 어렵다”는 입장이었다.
실제로, 저출산과 인구감소로 야간 소아·청소년 환자가 감소했을 뿐만 아니라 야간 진료시간을 연장할 경우 고액 연봉의 의사 등 의료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
더 큰 문제는 전국적으로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부족해 인력 충원 자체가 어렵고, 야간 운영의 경우 주간보다 많은 비용이 소요돼 병원 경영에까지 부담을 준다.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시는, 지난해 여수시의회의 적극적인 지원 속에 지방 중소도시 소아·청소년 필수 의료를 위한 ‘여수시 공공심야어린이병원 지원 조례’를 제정했고, 이를 근거로 협의에 나서 극적으로 협약에 이르렀다.
물론, 여수중앙병원 박기주 원장의 통 큰 결정 없이는 어려웠다.
그는 협약식에서 “소아청소년의 의료 필수성은 공감하면서도 전문의 구인과 적자 발생 등 운영난이 예상돼 많이 망설였다”며, “하지만, 개원 2년여가 지나면서 지역사회 발전을 위해 책임 있는 일원으로서의 역할을 다하고자 결심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 여수중앙병원과 박기주 원장…“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보람 느껴!”
여수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인 여수중앙병원은 둔덕2길 6-3에 위치해 있으며, 지난 2021년 8월 지하 1층 지상 8층, 95개(현재 214개) 병상 규모로 개원했다.
현재, 내과와 정형외과, 신경외과, 마취통증의학과, 소아청소년과, 가정의학과, 영상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 통합치의학과 등 9과목에 대해 진료하며, 국가 및 특수검진 등 종합검진센터도 운영한다.
14명의 전문의와 91명의 간호사, 22명의 의료기사 등 184명의 직원이 근무하며, 소아청소년과의 경우 2명의 소아과 전문의와 1명의 가정의학과 전문의가 진료하고 있다.
박기주 원장은 “예상했던 대로 소아과만 떼어 놓고 보면 적자다”며, “하지만, 돈을 주고도 살 수 없는 보람들이 많아 매일매일 즐거운 마음으로 우리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정기명 여수시장은 “우리 아이들을 위해 정말 어렵게 문을 연 만큼, 공공심야어린이병원이 진정한 아이들의 건강지킴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시민들께서도 많은 관심과 성원을 보내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시도 앞으로 부족한 점들을 보완해 나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이현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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