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계획 틀어졌어요”…철도파업으로 일부 열차 지연·중단
화물열차 운행률 22% 불과…코레일, 열차 운행 횟수 확보 나서
이용자들 마음 졸여…"불편하지만 파업 이해" 의견도
전광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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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05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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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철도노동조합(철도노조)이 임금체불 해결, 성과급 정상화 등을 요구하며 5일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면서 일부 열차가 지연·중단돼 이용객들이 마음을 졸였다.
파업 첫날인 이날 큰 혼란은 없었지만 수도권 출근길에서는 전철 지연이 이어졌고, 전국의 주요 기차역에서는 일부 열차가 중단되면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다.◇ "열차표 취소돼 주말 계획 틀어져"…한숨 쉰 승객들
이날 오전 10시께 대전역 대합실에는 철도노조 파업에 따른 열차 운행 중단과 지연 안내 방송이 반복적으로 울려 퍼졌다.
대전역 현장 창구에는 표를 구매하기 위해 20여명이 줄을 서 있었는데, 대부분 고령층으로 파업 때문에 혹시나 표를 구하지 못할까 노심초사하는 모습이었다.
어지럼증이 심해 대구에 있는 유명 신경외과에 치료받으러 간다는 80대 이모씨는 예매창구 앞에서 휴대전화기를 붙들고 진료 예약을 바꾸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씨는 "(오전 10시인데) 입석도 없다고 해서 오후 4시 10분 열차를 예매했다"며 "요즘 시국이 어수선한데 철도 이용마저 쉽지 않으니 마음이 불편하다"고 밝혔다.
전북 지역 철도 요충지인 익산역 곳곳에도 열차 운행 중지 알림을 안내하는 안내판이 게시됐다.
일부 승객은 열차 운행 중지 사실을 모르고 역에 도착했다가 황급히 열차표를 재구매하는 등 혼선이 빚어지기도 했다.
여수로 가는 열차를 타러 온 70대 승객 이모씨는 "오후 1시44분 열차를 타러 왔는데 열차 운행이 중지돼 다른 열차표를 구매했다"며 "오늘 자정에 코레일(한국철도공사) 앱으로 열차 운행 중지 알림이 왔다는 데 미처 확인하지 못했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급히 주말 약속을 잡으려다가 열차가 없어 계획을 접었다는 시민도 있었다.
서울에 거주 중인 40대 회사원 장모씨는 "2주 전에 일찌감치 고향 광주에 내려가는 표를 예매했는데, 어제 기차표가 취소됐다는 공지를 받았다"며 "뒤늦게 다른 열차표가 있는지 검색해봤지만 입석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말 고속도로 정체를 생각하면 고속버스는 탈 엄두가 나지 않는다"며 "고향 간 김에 계획해둔 일이 많았는데, 못하게 돼 불편하다"고 말했다.
파업의 영향으로 이날 오전 수도권에서는 출근길 열차가 지연되기도 했다.
인천 최대 환승역인 경인전철 부평역에서는 오전 8시 23분 용산행 급행 전동차가 예정보다 4분 늦게 도착하는 등 지연 운행됐고, 경기 북부 지역의 주요 지하철역에서는 동두천과 소요산으로 향하는 열차의 배차간격이 20∼30분 이상 벌어지기도 했다.
하지만 역사 내부가 크게 붐비거나 혼란스럽지는 않은 모습이었다.
인천에서 서울 용산구 직장으로 출근하는 김모(52)씨는 "평소보다 집에서 30분 일찍 나왔다"며 "노조 파업이 이어지면 버스나 자가용 등 다른 방법으로 출근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경기 성남시 분당구 소재 일터로 향하기 위해 수인분당선 야탑역에서 승차한 70대 박모씨는 "철도 파업 때문에 사람들이 많이 몰릴까 걱정됐는데 출근길은 한산해 다행"이라며 "다만 앞으로 계속 지하철로 출퇴근해야 하는데 큰 차질은 없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열차 중단과 지연으로 불편함을 감내하면서도 철도파업을 지지하는 시민들도 있었다.
대전역에서 만난 최모(61)씨는 이날 파업 여파로 오후 3시간 30분을 기다려야 했지만 "파업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코레일이 다른 공기업과 비교해봐도 상당히 임금이나 근무 여건이 열악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노조에서 요구하는 인상 폭이 크지도 않은데, 이런 건 정부에서 잘 처리해주면 좋겠다"고 밝혔다.
천안아산역으로 향한다는 박모(42)씨 역시 "불편하긴 하지만 (노조원들의) 권리이지 않느냐"며 "철도는 작은 사고도 대형 사고로 이어질 수 있어 이참에 시설 투자나 근로자 여건이 개선되면 좋겠다"고 말했다.
철도노조 파업의 영향으로 화물열차 운행률도 떨어졌다.
코레일에 따르면 평시 대비 이날 화물열차 운행률은 22% 수준으로 예상된다.
수도권 물류 거점인 경기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ICD)의 철도 수송은 평소보다 30%가량 떨어졌다.
전날 오전 9시 기준 화물열차 수송 대수는 상행 12대, 하행 11대 등 23대였으나, 이날 같은 시간에는 상행 11대, 하행 5대 등 16대로 줄었다.
화물열차 1대는 통상 33량으로, 1량에 2∼3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적재할 수 있다.
열차마다 적재량이 달라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대당 60TEU의 물류를 처리한다고 가정할 때 하루 물동량은 전날 1천380TEU에서 이날 960TEU로 줄어드는 셈이다.
국내 최대 항만 옆 부산신항역도 화물열차 운행률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부산신항 평소 화물열차 수송 대수는 상행 20대, 하행 20대 등 40대였으나, 이날은 상행 5대, 하행 5대 등 10대로 줄었다. 평소 대비 운행률이 25%밖에 되지 않는 수준이다.
다만 부산신항은 화물 철도운송 비중이 10% 미만이라 수출입 업체들의 전체 물류 운송에는 아직 큰 혼선이 없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부산신항 인근 철도 운송장 운영업체 관계자는 "급한 화물은 육송으로 처리하고, 긴급하지 않은 화물은 화주에게 양해를 구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부산신항 전체로 보면 철도운송 비중이 크지 않아 현재까지 큰 피해가 없는 상황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철도노조의 파업은 지난해 9월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국토교통부는 철도노조 파업으로 광역전철 운행률은 평소의 76% 수준, KTX 운행률은 평소의 67% 수준(SRT 포함 시 75% 수준)으로 운행할 계획이다.
전체 열차의 평균 운행률은 평소의 70.1%로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코레일은 비상 수송대책을 내고 평시 인력의 60% 수준인 총 1만 4천861명의 인력을 투입해 이용객이 많은 KTX와 출퇴근 시간 수도권 전철을 중심으로 열차 운행 횟수를 최대한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파업 여파로 무궁화·ITX 새마을호, KTX 열차는 일부 운행이 중단됐다"며 "파업 첫날 정확한 운행률 통계는 이날 오후께 나올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문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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