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광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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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12.15 17: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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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도 매일 폭염으로 우리를 괴롭히던 무더위가 물러가면서 우리 곁에 살며시 가을이 찾아오자, 지난봄 부지런한 농부들이 땀흘려 심어놓은 벼들은 어느새 황금물결을 이루며 이리저리 바람에 흔들리고, 하얀, 빨강, 연분홍 코스모스는 지나가는 바람과 뽀뽀라도 하는지 수줍게 미소를 지으며 머리를 흔들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을 향해 친구 한 사람과 걷고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부르는 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잘 아는 후배 한 사람이 뒤 따라 올라오면서 “일찍 오셨네요.”하는 소리에 “어서 와! 오랜만에 동생 얼굴을 보겠네! 요즘 산에는 잘 안 오신 것 같던데?”
“아니요! 오전에는 무슨 일이 있어 오후에 왔는데 형님은 안 계시더라고요.” “그랬어? 하긴 우리는 오전에만 다니고 있으니 오후에 오면 만날 수가 없지 않겠는가?”하는 순간 ‘툭!’ 소리와 함께 위에서 예쁜 알밤 하나가 떨어져 고개를 숙이고 주웠더니 그것을 본 후배가 “엊그제 제가 밤을 주우려고 긴팔옷을 입고 손에 장갑을 끼고 목에 수건을 두른 다음, 긴 바지에 장화까지 신고 나니 완전 무장이 되더라고요.
그래서 집사람과 함께 저의 처(妻) 작은 집 밤나무 농장에 가서 밤을 주웠는데 방금 형님께서 주운 것처럼 반들반들하게 생긴 밤이 보여 그걸 주우려 손을 뻗는 순간 손등으로 무엇이 스쳐 가는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는 조금 가렵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무엇에 물렸다면 ‘따끔’한 느낌이라도 있었을 텐데 그런 것도 없고 해서 별 다른 생각 없이 긁기 시작했는데 점점 가려운 곳이 넓어지면서 손등 전체가 가려워지더라고요.”
“어? 그러면 안 되는데!” “그래서 우선 집에 있는 가려울 때 바르는 연고를 발랐는데 별 효과가 없어 동네 의원에 갔는데 하필 그날이 일요일 쉬는 날이어서 월요일 날 다시 가서 주사 맞고 며칠 약 먹고 하니 조금씩 좋아지더라고요.” 하면서 손등의 가려운 부분을 보여주는데 아직도 완전히 낫지 않았는지 조금 불그스름하면서 오돌오돌 부은 자국이 남아 있었다. 그러자 옆에 있는 친구가 “내가 지난 여름 장마철에 여기 정상에 있는 거꾸로 매달려있는 운동 기구 있지 않은가? 거기 매달렸다가 혼이 난 적 있거든.” “어떻게 혼이 났는데?”
“그러니까 지난 장마철에 산 정상에서 운동기구에 걸려있는 수건이 전날 내린 비에 흠뻑 젖어있어 그걸 꼭 짜서 거꾸로 매달리는 운동 기구를 잘 닦은 다음 한 5~7분 정도 매달려 있었을까? 그리고 내려왔는데 등 한쪽이 조금 가려운 것 같더라고!” “그러면 많이 가렵던가?” “처음에는 동생처럼 한쪽에 조금 가려운 것 같더니 점점 범위가 커지면서 등 전체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가려운 거야!” “그래서 어떻게 하셨는데?” “그때는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야지 어떻게 하겠는가?”
“그러면 효과는 있던가?” “그런데 신기하게 주사 맞고 채 5분도 되지 않아 가려움이 점점 사라지더니 10분도 되지 않아 정상으로 돌아오더라고. 그래서 병원 원장님에게 ‘왜 이렇게 갑자기 가려울까요?’ 물었더니 ‘지금 어디서 오셨어요?’ 묻더라고 그래서 ‘아까 산 정상에서 거꾸로 기구에 누워있었다’고 했더니 ‘여름철 특히 장마철에는 사람이 접촉하면 가려움증 같은 피부병을 유발하는 각종, 유해균들 예를 들면 두드러기를 일으킬 수 있는 송충이가 지나갔다거나 또 지네 같은 곤충이 지나간 자리에 함부로 앉거나 누우면 그런 일이 있을 수 있고 또 살인진드기에 물릴 수도 있으니 산에 가실 때는 될 수 있는 대로 긴팔옷과 긴 바지를 착용하고 또 모기나 진드기에 물리지 않도록 기피제를 뿌리고 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류상진 전 보성우체국 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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