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울 사람 없어요”…600년역사 낙안읍성 이엉이기 명맥 끊길라

작업자 대부분 70대…교육 과정 참여자 모집에 단 1명 지원

전광투데이 승인 2024.12.17 15:36 의견 0

600년 고즈넉한 역사를 간직한 전남 순천 낙안읍성의 월동 준비가 한창이다.
초가지붕을 단장하는 이엉 이기가 집마다 차츰 마무리되는 가운데 기술을 물려받을 사람이 없어 전통이 끊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순천시 낙안읍성 지원사무소와 사단법인 낙안읍성 보존회에 따르면 이엉 이기는 매년 가을걷이가 끝나는 10월부터 연말까지 낙안읍성에서 이뤄지는 겨울나기 필수 과정이다.
볏짚을 길게 엮은 이엉 더미를 지붕 위에 얹어 집안의 온기를 유지하고 눈이나 비가 새는 것도 막는다.
천연재료는 1년이면 쓰임을 다해 헌 이엉을 거두고 새 이엉을 얹는 작업은 연례행사다.
작업 대상은 88가구가 실제 거주하는 민가, 경로당, 부속 건물, 관아까지 모두 298채에 달한다.
수십 년 몸에 밴 날랜 동작으로도 지붕 하나에 통상 이틀, 길게는 사흘이 걸리기도 한다.
2∼3개 조를 이뤄 집마다 옮겨가며 이엉을 이는 작업자들은 대부분 70대 이상 고령이다.
기술을 배우려는 젊은 사람이 드물어 머지않아 전통 이엉 이기의 명맥이 끊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순천시는 지난 6월 처음으로 초가 이엉 이기 과정 참여자를 모집했지만, 지원자는 단 1명뿐이었다.
이엉 엮기, 덧대기 등 기술을 가르쳐 올겨울부터 현장에 투입하려던 계획은 무산됐다.
전통문화에 대한 관심이 크지 않은 데다가 이엉 이기는 겨울 한 철 일자리여서 배우려는 사람이 많지 않다고 낙안읍성 보존회는 전했다.
이광수 낙안읍성 보존회 이사장은 "제주나 충남 아산에서는 초가장(匠)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며 "전남에서도 이엉 이기 기술자를 장인으로 인정해 무형 문화유산으로 보존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순천시도 올해 취소된 교육 과정을 활성화하는 등 후계자 양성을 지원할 계획이다.
김서하 낙안읍성 지원사무소장은 "교육과정뿐 아니라 낙안읍성 향토학교 프로그램도 내실화해 전승의 단절을 막고 기술 경쟁력을 갖춘 전문가를 양성하는 데 힘쓰겠다"고 말했다./이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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