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뚜기의 추억

전광투데이 승인 2024.12.22 18:09 의견 0


오늘은 지인들과 함께 산행 약속한 날이어서 시간에 맞춰 약속 장소에 나간 다음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였다. 우리 일행이 타고 있는 차가 보성강 강변을 달리고 있는데 건너편에서 누군가 낚시하고 있는 모습이 보이자, 선배께서“오늘은 강물이 많이 빠졌는데도 낚시하고 있네!” “물이 많이 빠지면 낚시가 안 되나요?” “물고기는 자신의 생활 환경에 굉장히 민감한 반응을 보이거든.” “그건 왜 그런데요?”
“자네도 생각해 보소! 내가 살고 있는 곳에 갑자기 물이 많이 빠지면 ‘어! 왜 이렇게 물이 빠질까? 이러다 혹시 내가 죽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을 가질 수 있는데 어떻게 밥이 목구멍으로 넘어가 미끼를 물겠는가?” “하긴 그렇겠네요. 그러면 요즘 형님께서는 낚시를 안 할 때면 대신 무엇하세요?”
“메뚜기 잡고 있어.” “아니 요즘에도 논에 그게 있어요?” “아니 논에 있는 게 아니고 우리집에서 조금 걸어 나가면 강변에 풀이 우거져 있는데 어느날 보니 거기에 메뚜기들이 바글바글하더라고.” “그러면 메뚜기는 잡아 무엇에 쓰시게요?” “자네는 메뚜기를 안 잡아 보았는가?” “왜 안 잡아보았겠어요? 저의 어린 시절에는 학교 끝나고 오후에는 친구들과 어울려 메뚜기 잡으러 다녔거든요.” “그러면 그걸 잡아 무엇 했던가?” “저의 집에서 구워 먹었지요.” “그걸 어떻게 구워?”
“옛날에는 연탄불이 없지 않습니까? 그러니까 아궁이에 솔잎 같은 걸로 불을 피운 다음 그 불에 잡아 온 메뚜기를 던져 넣으면 자동으로 익어 나오거든요.” “그러면 그걸 어떻게 잡아 오는데?” “그거야 논에 가서 나락을 뽑아 줄기 끝에 메뚜기를 끼우면 되거든요. 그런데 형님은 어릴 때 몇 번이나 잡아 보셨어요?”
“나는 어릴 때 그걸 잡은 기억은 없어.” “아니 형님 본가(本家)가 시골 아니었나요?” “그건 맞는데 내 위로 누나들이 여섯 명이나 되거든, 그러니 나를 얼마나 금이야 옥이야 키웠겠는가? 그러니 메뚜기 잡은 기억은 없고 내가 초등학교 다니던 시절 소(牛)는 몇 번 풀 뜯기러 다닌 기억은 있거든, 그런데 어느날 우리 아버지께서 부르시더니 ‘너 내년에 6학년이지야? 그라문 중학교 갈 준비해라! 그래도 우리 집안에 대학 나온 사람 하나는 있어야 쓰꺼 아니야?
농촌 일은 내가 느그 누나들하고 하꺼잉께 그리 알아라! 잉!’ 하시더라고, 그래서 면소재지에 있는 중학교에 다니기 시작했는데 우리집에서 학교까지 거리가 1, 5km쯤 되거든, 그래서 아침 일찍 출발해도 조금만 지체하면 지각하기 일쑤여!
그런데 이제 개교한 지 얼마 안 된 학교다 보니 하루에 약 2시간 정도 벽돌을 나른다거나 하는 일을 시켜! 그런데 집에서도 일이라고는 해 보지 않은 내가 그런 일을 하려면 정말 억울해 죽겠고, 또 봄이나 여름, 가을에는 그래도 해가 길어 괜찮은데 겨울만 되면 학교에서 빨리 출발한다고 해도 집에 가면 한밤중 같은 느낌이 들었는데 그때 우리 마을과 옆 마을에서 같이 학교 다니던 친구들과 선배들이 모두 여섯 명이었는데 시계도 없던 시절인데 어떻게 시간은 잘 맞추는지 누가 늦은 사람도 없이 잘 맞춰 나와 같이 학교를 다녔거든, 하여튼 그렇게 어린 시절에는 메뚜기 잡아본 경험이 없는데 요즘 들어 갑자기 그걸 잡아 집사람에게 갖다주었더니 깜짝 놀라며 ‘아니 이걸 어떻게 요리를 해요? 할 줄 알면 당신이 직접 하세요!’ 하더라고 그런데 자네는 요리하는 방법 혹시 아는가?”
“그건요 뚜껑 있는 냄비에 메뚜기를 쏟아붓고 뚜껑을 닫은 다음 정신을 못 차리도록 몇 번 흔든 다음 소금과 후추 같은 양념을 치고 불 위에 올려 잘 볶으면 맛있는 볶음 요리가 될 겁니다.”/류상진 전 보성우체국 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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