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살이 에일 정도의 강한 찬바람과 함께 찾아온 동장군이 어젯밤 도로에 차가 다닐 수 없을 정도의 많은 눈을 뿌려 놓고‘껄! 껄! 껄!’ 웃고 있는데 숲 속의 애기 동백은 조그맣고 예쁜 꽃을 피우고 얼굴이 빨개진 채 강한 바람과 맞서 싸우느라 덜덜 떨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을 향해 걷고 있는데 누군가 “어야! 뒤 좀 보고가~아!”하는 소리에 뒤돌아보니 잘 아는 선배께서 환하게 웃고 있었다. “형님! 정말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하며 얼굴을 보니 계속 싱글벙글하여서. “혹시 무슨 좋은 일이라도 있으세요? 오늘따라 유난히 얼굴이 밝아 보이네요.” 하였더니 “요새 내가 무지하게 좋은 일이 있어 자랑이 하고 싶어 죽을 지경이시!” “무슨 좋은 일이 있는데요?”
“다름 아니고 우리 아들 안 있는가? 대전에서 직장 다니고 있는 노총각 말이여!” “그 아들이 어째서요?” “금메! 그노마가 장게를 간단마시!”“정말요? 아드님 나이가 많다고 하셨지요?” “그랬지! 금년 나이가 40살 인디 그 나이가 적은 나인가? 그란디 재작년 은제부터 아가씨를 사귄다고 하드란 마시!”
“그러면 아가씨 나이는 몇 살이라고 하던가요?” “올해 서른 여덜이라고 하드라고! 그란디 아가씨를 만난다고는 해 놓고 집에는 한 번도 안 데꼬 와! 그래서 저노마가 참말로 애인이 있는 것인지 그냥 부모 안심 시킬라고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인지 알 수가 읍어!”
“그러면 아가씨 직업은 무엇이라고 하던가요?” “치과에서 일하는 치위생사라고 하드라고 그란디 연분이 될라고 그랬든지 이빨이 애래싸서 치과에 갔는디 아가씨가 아주 상냥하게 잘 해주드람서 그래서 전화번호를 따서 전화했드니 두 말도 않고 만나 주드람서!” “그랬으면 정말 잘했네요.
그러면 아가씨 얼굴은 한 번이라도 보셨어요?”“그래서 작년 즈그 엄마 생일 며칠 전 전화를 했제!” “무어라고 하셨는데요?” “낼 모레가 느그 엄마 생일 아니야? 그란디 선물로 무엇을 가져올래? 나도 그렇고 느그 엄마도 다른 것은 다 필요 없고 니가 지금 사귀고 있다는 아가씨 잔 한 번 데꼬 와 봐라! 나는 그 아가씨가 보고 싶어 죽것다. 했드니 참말로 데꼬 왔드라고.” “정말 잘하셨네요.
그러면 예쁘게 생겼던가요?” “당연히 예쁘제 안 예쁘것는가? 솔직히 말해 못생긴 아가씨를 데꼬 와도 나는 두 팔을 벌려 환영할라 그랬는디 우리 집 들어오는 순간부터 생글생글 웃어 쌓고 즈그 엄마랑 같이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면서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도란도란 영 사이가 좋아 보이드라고, 그랑께 즈그 할머니 할아부지도 싱글벙글 야단이제, 세상 부러울 것이 읍드랑께!”
“그 정도 되었으면 정말 행복하셨겠네요.” “행복하다 뿐인가? 마치 이 세상에서 나만 며느리 될 사람 만난 것처럼 무어라 말을 못하것드랑께!” “그러면 결혼식 날짜는 어떻게 받으셨어요?” “그란디 올해가 즈그 엄마 칠순 아닌가?
그래서 또 아들한테 전화를 했제. 낼 모레가 느그 엄마 칠순 아니냐? 그랑께 평소 때 생일 보다 더 신경을 써야 쓰꺼 아니냐? 그랬드니 ‘그러면 제가 무엇을 어떻게 하면 되겠어요?’ 묻드라고.” “그래서 뭐라고 하셨는데요?” “다른 선물을 다 필요읍고 느그 선영(아가씨 이름)이 안 있냐? 선영이하고 결혼식을 올리문 그것이 제일 큰 선물이 될 것이다.
니도 알다시피 우리 친구들은 다 며느리도 있고 손자도 있는디 나만 읍응께 으디가문 내가 기를 못 피고 산단마다 그랑께 이번 기회에 식을 올려 불자 으차냐? 아부지 생각이? 하고 물었거든, 그랬드니 한참 대답을 안하고 있드라고.” (남자들의 수다 황당한 일로 이어집니다.)/류상진 전 보성우체국 집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