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주산 정상에서 운동을 마치고 일행들과 함께 산을 내려오는데 며칠 전부터 태양광 발전 단지에서 ‘쿵쾅! 쿵쾅!’ 마치 우물 파는 것 같은 기계 소리가 들려 “태양광 발전하는 곳에 무슨 우물이 필요해서 저런 공사를 하는 걸까?” 했는데 오늘은 사람들이 구멍 뚫은 곳에 기다란 사각 파이프를 세워 태양광 패널 증축 공사하는 것이 보였다. “형님! 엊그제 제가 저곳에 무슨 우물이 필요해서 공사를 할까? 했는데 제 예상이 완전히 빗나갔네요.”
“그러게 말이야! 우리가 너무 오버했던 모양이야!” 하더니 “그런데 저기 저쪽 산소(山所)는 ‘이장(移葬)한다!’ 했는데 하지 않았을까? 왜 아무 흔적이 없지?” “저기 건너편 말인가요?” “거기가 우리 마을 누구네 집 조상님 산소인데 여기 태양광 사업주가 ‘이장하는 비용은 우리가 부담할 테니 해달라!’고 했다네 그래서 지난번에 했다는데. 어디 한 번 가 볼까?”하고 가 보더니 “봉분이 파헤쳐진 걸 보니 하기는 했구만.” “그러면 그걸 하면서 상석(床石) 같은 것은 옮기지 않고 그대로 두고 가 버렸네요.”
“그걸 옮기려면 장비를 빌려와야 하니까 또 돈이 들어! 그런데 또 비석은 옮겨 세우면 안 된다고 그러데.” “왜 옮겨 세우면 안 된다는 걸까요?”
“글쎄! 그 사람들 말로는 무엇이 어쩌고저쩌고 해서 안된다는데 나는 전문가도 아닌데 그 깊은 속까지 어떻게 알겠는가?”“하긴 장비 빌려와 석물을 가져간다고 해도 어디 세울 수가 없으면 짐밖에 되지 않으니 그대로 놔두고 가면 편하기는 하겠지만 땅을 사용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저것 처리하기도 귀찮겠는데요.” “그래도 어떻게 할 것인가? 그냥 땅을 깊이 파서 묻어 버리는 수밖에 더 있겠는가?” “그러면 조상님 유골은 명당 자리에 잘 모셨을까요?”
“아마 그랬겠지 어느 누가 조상님 유골을 나쁜 자리에 모셨겠는가? 또 명당 자리에 모셔서 발복(發福)하면 자손 대대로 부귀영화를 누리며 살 수도 있다는데.”
“그런데 요즘 세상에 정말 명당이 있기는 한 걸까요?” “요즘에는 몰라도 옛날에는 명당이 있었던 모양이더라고.” “그러면 어떻게 명당을 찾아냈을까요?” “그건 요즘으로 말하면 지관(地官) 옛날에는 풍수쟁이들이 찾아냈겠지! 그러면 내가 옛날이야기 하나 해줄까?” 하고 잠시 뜸을 들인 선배께서 “옛날에 아무것도 없이 홀로 계신 어머니와 함께 나무를 해서 팔아 생계를 유지하던 총각이 살았어! 그런데 어느날 갑자기 어머니가 돌아가셨어!”
“어머니와 함께 살다 갑자기 돌아가시면 조금 당황스러웠겠는데요.” “물론 그랬겠지 그런데 더 큰 문제는 어머니를 어디에 모셔야 하는데 누가 땅을 주지 않으니 할 수 없이 지게에 어머니 관을 싣고 ‘가다가 양지바른 곳에 모셔야겠다.’하고 길을 떠나려는데 지관이 ‘그럼 나도 같이 가세!’하고 따라나서더라는 거야.
그래서 지관과 함께 한참을 가다가 어디쯤에서 지게를 내려놓고 ‘지관님! 여기에 어머니를 모시면 어떻겠소?’ 물으니 거기는 정승이 나올 자리라 그래서 ‘거기는 아주 안 좋은 자리니 다른 곳을 알아 보세!’하고 다른 곳으로 한참을 가다가 다시 ‘지관님! 여기는 어떻겠소?’ 물으니 거기는 2정승이 나올 자리여서 ‘거기는 아까 보다 더 나쁜 자리는 다른 곳을 알아보세!’했다네 그래서 할 수 없이 다른 곳으로 가서 ‘여기는 어떻겠소?’
거기는 3정승이 나올 자리라 이번에도 ‘안된다!’ 했는데 ‘여기면 어떻게 저기면 어떻소? 나 그냥 여기에 어머니 모실라요.’하고 묘를 썻는데 그 후 3정승이 나와 잘 먹고 잘 살았다고 하더라고 그런 것을 보면 명당이 있기는 있는 모양이여!.”/류상진 전 보성우체국 집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