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적으로 아이의 울음소리를 듣기 힘든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해마다 출산율은 떨어지고, 초등학교 교실에는 책상이 남는다. 인구는 줄고, 젊은이는 떠난다. 그렇게 조용히, 천천히, 분명히 많은 지역이 사라지고 있다.
마을회관 앞에 걸린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낯설지 않은 문구지만, 이 작은 플래카드 하나가 마을 전체를 들썩이게 만드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한 명의 탄생이 하나의 축제이고, 한 가족의 웃음이 온 마을의 희망이 되는 시대다.
이러한 흐름을 거슬러 가는 한 지역이 있다. 전라남도 영광군이다. ‘전국 출산율 1위’, 그것도 '6년 연속'이라는 기록은 그 자체로 상징적이다. 숫자만 보면 성공이지만, 그 이면에는 단단한 공동체의 의지와 문화의 변화가 있다.
영광군의 비결은 단순히 “돈을 많이 줬기 때문”이 아니다. 물론 출산 장려금, 육아지원금, 양육수당은 전국 최고 수준이다. 그러나 더 본질적인 건 ‘함께 아이를 키우는 분위기’를 행정이 설계하고, 주민이 받아들이고, 사회 전체가 응원하는 구조다.
영광군은 오는 9월부터 긴급돌봄터와 장난감도서관, 공동육아 나눔터를 운영한다. 이는 부모의 돌봄 공백을 지역이 채워주겠다는 약속이다. 육아의 책임을 더 가족에게만 지우지 않겠다는 선언이기도 하다. 마을과 행정이 함께하는 육아, 그것이 영광군의 돌봄 정책이다.
또한, 청년이 머물 수 있는 기반 조성도 빼놓을 수 없다. 창업과 주거를 지원하고, 교육과 의료 인프라를 확충해 젊은 세대가 “이곳에서 미래를 그려도 되겠다”라고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다. 출산은 결국 ‘살 만한 동네’에서 일어난다.
,또, 하나의 핵심은 지역 주민의 인식 변화다. “한 명의 출산이 온 지역의 미래를 바꾼다”라는 인식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행정만으로는 할 수 없다. 주민이 함께 책임을 나눌 때 정책은 제도에서 문화로 바뀐다.
이제 저출산은 정부의 문제이기도 하지만, 결국 각 지역이 어떤 선택을 하느냐의 문제다. 중앙정부는 충분한 자율성과 자원을 제공하고, 각 지자체는 그 안에서 창의적인 대안을 실험해야 한다.
영광군처럼 많은 지역이 사라지고 있지만, 어떤 지역은 스스로 다시 태어나고 있다. 아이의 울음이 멈춘 자리에 다시 희망을 심고, 한 가족의 시작을 지역의 시작으로 만드는 이 변화. 영광군이 보여준 이 작은 기적이 전국으로 퍼져나가길 기대한다.
"축하합니다, 아기가 태어났습니다." 그 말이 이제는 특별하지 않은 사회. 그게 우리가 만들어야 할 내일이다./조성기 영광군 축산식품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