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잠 못 드는 사람들에게 하는 흔한 조언 중 하나는 '볕을 쬐면서 걸어 다니라'는 것이다. 실제 이 방법은 효과적이다. 우리 몸의 생체주기는 자연의 섭리에 따라 결정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가령 우리 선조 격인 지구 초기생명체 '남세포'는 태양의 위치에 따라 있는 곳을 달리했다. 자외선이 강한 한낮에는 깊은 바닷속으로 들어갔다가 자외선이 적정한 아침과 늦은 오후에는 해수면 위로 슬슬 올라왔다. 부족한 햇빛을 채우기 위해서다.
인간도 태양의 주기에 맞춰서 신체 리듬이 진화했다. 전통적으로 인간은 낮에 일하고, 빛이 줄면 잘 준비를 했다. 수면을 부르는 호르몬인 멜라토닌은 잠자리에 들기 2~3시간 전부터 조금씩 분비되기 시작하는데, 이런 호르몬은 빛의 영향을 강하게 받는다. 또한 인간은 해 질 무렵에 근력이 가장 센 데, 이는 우리 조상이 밖에서 사냥한 식량을 둘러메고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문명은 발전했지만, 인체의 리듬은 수렵채집인 시절과 다름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현대인들이 태양주기에 맞춰서 살아간 수렵채집인들처럼 살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일하는 시간이 사람마다 제각각이고, 밤에 여흥을 즐길 수단도 넘쳐나기 때문이다. 이처럼 자연의 법칙을 위반하는 현실과 놀고자 하는 욕망 탓에 인간은 불면증, 소화불량, 집중력 저하, 우울증, 암 등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있다고 미국의 과학전문기자 린 피플스는 주장한다.
그가 쓴 신간 '광합성 인간'(흐름출판)에 따르면 우리는 심각한 빛 부족에 시달림과 동시에 원치 않는 빛 공해에 노출돼 있다. '밝은 척'하는 인공조명, 생산성을 위해 조작된 시간 시스템, 대기오염 등 일상의 많은 요소가 일조권을 위협한다고 저자는 진단한다. 그러면서 부족한 일조량과 과도한 인공조명이 태양시에 따라 반응하도록 설계된 생체리듬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한다. 때로 이 같은 교란은 인간에게 치명적이다. 예컨대 세계보건기구(WHO)는 야간 근무를 잠재적 발암 요인으로 분류했다. 일부 연구에서 야간 근무가 유방암, 전립선암, 간암, 폐암, 대장암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나타나서다.
그렇다면 망가진 생체리듬을 되돌릴 방법은 없을까. 저자는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으로 고착된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수렵채집인처럼 살아가기란 불가능하다고 지적하면서 몇몇 대안을 제시한다. 오전에 20~30분 동안 집중적으로 햇볕 쬐기, 규칙적으로 식사 시간 지키기, 디지털 화면이나 인공조명에 노출되는 시간과 강도를 조절하기, 필요하다면 영양제를 복용하기, 카페인 줄이기 등이 생체 리듬을 복원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고 권한다. 더불어 빛 공해를 줄일 수 있는 조명 기술 연구, 일조량을 고려한 일터 구성 등 사회적 노력도 필요하다고 제안한다.
다만 "모든 생체시계는 각기 다른 리듬을 연주하기 때문에" 각자의 리듬은 다를 수 있다고 곁들인다. 책에 따르면 활동 시간에 따라 아침형 종달새족, 저녁형 올빼미족과 나머지 75%에 해당하는 평범한 비둘기족이 있다. 이들의 생체리듬은 대부분 유전의 영향을 강하게 받지만, 저녁형 올빼미라도 낮에 햇빛을 자주 보는 사람은 평범한 사람들과 같은 수면 패턴을 유지할 수 있다고 저자는 설명한다.
또한 자신의 수면 패턴을 제대로 익히면 일상을 개선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책에 인용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초등학생은 오후보다 오전에 시험 성적이 더 좋으며, 대학생들은 오전 9시, 오후 4시 30분에 치러진 시험보다 오후 1시 30분에 치러진 시험에서 평균적으로 훨씬 더 높은 성적을 기록했다. 수영이나 농구처럼 육체적 기량이 중요한 활동은 힘과 속도가 최고조에 달하는 늦은 오후나 저녁에 수행하는 것이 좋다. 한 연구에 의하면 운동선수의 신체 능력은 시간대에 따라 최대 26%까지 달라질 수 있다. 아울러 복용약의 효과도 시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가령, 혈압이나 혈전을 예방하기 위해 저용량 아스피린을 복용할 경우, 아침보다는 저녁에 먹는 게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헤시오도스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적절한 때를 지켜라. 세상만사에 제때를 아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