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구매한 옷의 길이를 줄이려고 친구가 운영하는 세탁소 문을 열고 들어서자, 재봉틀에 앉아 옷에 박음질하던 친구가 활짝 웃는 얼굴로“친구 어서 와!”하며 반겼다. “그동안 잘 지내셨는가? 올해는 작년 여름보다 날씨가 훨씬 더 무더운데 어떻게 이겨 내고 계신가?” “그래도 어떻게 할 것인가? 아무리 무더워도 이겨내야 또 가을이 찾아올 것 아닌가?” 하며 건너편 가게를 보니 한여름 강한 햇볕이 사정없이 쏟아붓는 느낌이 들어 “그래도 여기는 응달이어서 건너편보다는 여름을 이겨내기가 훨씬 쉬울 것 같은데.”
“옛날에 우리 가게가 저쪽에 있었지 않은가? 그래서 여름이면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어 햇볕을 가려주는 차광막을 치고 이겨 내다 힘들어서 이쪽으로 이사왔거든. 그리고 살아가다 보니 느껴지는 것이 옛날 우리가 학교에서 배울 때는 ‘정 남향집이 좋다!’고 배웠는데 그런 집은 아침 해가 뜰 때부터 햇볕이 들어오기 시작하면 종일 해가 질 때까지 강한 햇볕이 계속 쏟아져 들어오는데 방향이 조금 동쪽으로 틀어진 집은 아침 해가 떠오를 때부터 낮까지는 해가 비추지만 오후가 되면 서쪽으로 돌아가 버리기 때문에 훨씬 더 시원하더라고. 그런데 오늘은 무슨 일로 귀한 걸음을 하셨는가?”
“이 무더운 여름에 자네 집에 뭐 하러 왔겠는가? 진작부터 사다 놓은 상의와 바지 길이를 줄이려고 왔네.” 하며 옷을 꺼내놓으며 “어째 지금 내가 입은 옷의 소매길이가 늘어났는지 더 길어진 느낌이 들더라고.” “그러면 지금 자네 키가 어떻게 되는가?” “원래는 1미터 97이었는데 어느날부터 조금씩 줄어들더니 지금은 1미터 67밖에 안된다고 그러네.” “그게 사람이 나이를 먹으면 키가 줄면서 팔길이도 조금씩 줄어들거든.”
“그러고 보니 자네 말이 맞는 말일세 그러면 이번에는 소매 길이를 평소보다 더 짧게 하면 될까?” “그래도 소매가 혹시 짧아지면 보기가 싫어 질 수도 있으니 평소처럼 하면 좋을 것 같네.”하며 재봉틀에 앉아 박음질을 하는 것을 보고 창문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A4용지에 ‘여름휴가 8월 15일부터 8월 17일까지 대단히 죄송합니다.’라고 써 붙어 있었다.
그래서 “친구 올해 여름휴가는 어디로 다녀왔는가?” 물었더니 “여름휴가? 아이고!” 하였다. “왜 아이고! 라고 하는가? 무슨 안 좋은 일이라도 있었는가?” “우리는 자영업자기 때문에 일 년 중 거의 쉬는 날이 없거든. 그런데 8월 15일부터 17일까지 연휴라며 서을 딸이 ‘아빠 그때나 시간 내서 한 번 다녀가!’ 하더라고 그런데 삼 일 동안을 가게 비우기가 그래서 15일 날은 하루 종일 지키고 있었는데 딱 한 사람 다녀가더라고 그리고 16일 오전에도 있었는데 찾아오는 사람이 없어 오후에 승용차로 서울로 출발했거든 그리고 한참을 달려가다 ‘천안 논산 고속도로 있잖은가? 그 도로를 달려 이인휴게소에 들어갔는데 여기 아래 집에서 식당하는 후배에게서 전화가 왔어.”
“무어라고 왔는데?” “어디 놀러 가는데 옷이 필요해서 찾으러 왔다 하더라고.”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내가 지금 서울 가고 있어서 다시 돌아갈 수 없으니 옷을 찾으려면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내가 시키는 대로 할란가? 물었더니 무슨 방법이냐? 고 묻더라고 그래서 가까운 철물점에서 가게 자물쇠와 똑같은 것을 구하고 절단기를 가지와 가게 자물쇠를 자른 후 가게 안으로 들어가 옷을 찾은 다음 새 자물쇠로 가게 문을 잠그든지’ 했더니 ‘그건 못하겠다!’ 하더라고 그래서 이번에는 옆 골목으로 들어가 담을 넘은 다음 계단으로 올라가 가게로 들어가 옷을 찾아가면 된다! 했더니 금방 찾았다고 하더라고.”/류상진 전 보성우체국 집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