텃밭에서 집사람과 함께 거둬들인 고구마 줄기에서 부드러운 부분만 따서 모으고 있는데 친구에게 전화가 왔다. “여보세요! 응~ 그래 잘 있었는가? 가을은 얼마나 하였는가?” “나는 올 가을은 내 손으로 하지 못할 것 같아! 그런데 자네 몸은 어떤가?”
“요즘 갑자기 무슨 일이 있어 병원에 다니느라 걱정이 많네!” “그렇다면 무슨 병이라도 있다는 말인가?” “그게 두 달 전 평소처럼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고 침대 위에 이불을 개어 쌓아놓고 청소기로 방 청소를 하는데 갑자기 허리에서 허벅지 그리고 장딴지로 이어지는 신경이 당기면서 걸을 수가 없을 정도로 아픈 거야.” “그런 일이 있었어?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래서 방 청소는 미루고 급하게 병원에 갔더니 원장께서 ‘내가 보기에 허리협착증 같은데 우선 주사 맞고 약을 며칠 먹어보게.’ 해서 시킨 대로 주사 맞고 약을 먹었는데 한 2주일 정도 약을 먹어도 주사 맞을 때만 조금 나아진 듯하고 효과가 없어!”
“그래서 어떻게 했는데?” “그래서 이 병원도 가보고 저 병원도 다니고 또 물리치료도 받아보고 별짓을 다 했는데 병은 낫지 않고 벌써 2달이 넘어버렸어! 그래서‘이래서는 안 되겠다.’ 생각이 들어 광주 대학병원에 예약하고 찾아갔더니 담당 교수께서 이것저것 세밀히 물어 보고 MRI 찍은 걸 들여다 보더니 허리 아래 쪽을 가르치면서‘선생님은 허리협착증이라는 병인데 이병은 나이가 들면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병이고 또 재발도 잘되는 병입니다.
이 병의 치료 방법은 허리에 마치 엑스레이 기계처럼 생긴 장비를 비추어 아주 작은 구멍을 찾아 거기에 마취액을 넣는데 그 구멍이 너무 작아 찾기가 힘이 들지만 그래도 요즘 의료기술이 아주 좋기 때문에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하시더라고,” “그래서 시술은 했는가?”
“어제하고 왔는데 아직 효과는 없는 것 같은데 한 며칠 기다려 봐야 할 것 같거든. 그런데 자네는 왜‘자네 손으로 가을을 못 한다.!’고 했는가?” “작년인가 재작년인가 어느 날 왼쪽 어깨가 일을 하려면 조금씩 아프더라고 그런데 시골 일이라는 게 팔이 조금 아프다고 안 할 수는 없지 않겠는가? 그런데 점점 더 많이 아파 일을 할 수 없는거야!” “그러면 병원에는 가봤는가?”
“서울의 큰 병원으로 가서 검사를 받았는데 양쪽 어깨 모두 다 망가져 있다고 하더라고.” “그러면 치료는 어떻게 했는가?” “그게 여기서 일을 하면서 어깨가 아프고 하면 진통제 주사 있지 않은가? 그걸 맞았는데 그러다 보니 ‘신경 쪽이 많이 녹아버렸다!’고 하더라고 그러면서 ‘일단 시술로 고쳐보자’고 해서 나는 간단하게 끝 날 줄 알았는데 무엇을 하는지 한참이 걸려도 안 끝나! 그러더니 얼마나 지났을까?
시술이 끝났다며 마치 베게처럼 생긴 각이 진 것을 어깨에 걸어 손 쪽에 묶은 다음 ‘될 수 있는 대로 움직이지 마라!’는데 정말 죽을 지경일세. 그런데 자네는 약을 얼마나 먹는가?”
“얼마나 먹다니?” “그게 나는 심장 관련약하고, 밤이면 화장실에 덜 가는 전립선 약, 그리고 또 어깨에 관련된 약, 그리고 또 하여튼 종류도 많고 약도 많아 그래서 병원에서 지금 먹고있는 약을 전부 가지고 갔더니 ‘무슨 약을 이렇게 많이 먹냐? 혹시 밥 대신 약을 드시냐?’며 의사께서 나무라는데 그런다고 약을 먹지 않을 수는 없지 않은가?”
“정말 그런가? 나도 아침 저녁이면 심장관련 약을 먹는데 그러면서 ‘다른 사람도 나처럼 아침 저녁으로 약을 먹을까?’ 생각하니 정말 억울하더니 나는 자네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네 아무튼 치료 잘해서 건강한 모습으로 만나기로 하세!”/류상진 전 보성우체국 집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