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와 점심 약속이 있어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자 친구 부부가 기다리고 있었다. “일찍 오셨는가?” “아니 방금 왔어!” “요즘 건강은 어떠신가?” “어디 특별히 아픈 데는 없으니 대체로 좋은 편이야! 그런데 자네는 어떤가?”
“나도 그런대로 좋은 편이기는 하지만 아직 어깨가 완치되지 않아 걱정일세!” “그런가? 자네나 나나 나이 70세가 넘고 보니 남은 것은 순전히 병(病)만 남았는지 자고 나면 여기가 아프고 또 자고 나면 또 저기가 아프고 요즘 왜 이렇게 아픈 곳이 많은지 정말 걱정일세!”
“그러게 말이야! 지난번에 누가 ‘농부들이 봄부터 여름 그리고 가을까지 죽어라 일해서 돈을 벌어 겨울이 되면 모두 병원으로 가져가 여기 있습니다!’ 하고 바친다더니 그 말이 딱 맞는 것 같아!” “그 말은 또 누구에게 들었는가?”
“왜 틀린 말 했는가?” “아니 틀린 말이 아니고 진짜 딱 맞는 말이어서 그러네.” 이야기가 끝나자 친구 부인이 집사람에게 “친정엄마는 어떠셔?” 하고 물었다. “우리 엄마는 지금도 똑같아.” “엄마 나이가 많으시지?” “올해 구십 네 살이야!” “그래~에! 나이도 정말 많으시네. 그러면 밥은 어떻게 하고?”“밥은 엄마가 해서 드시고 나는 반찬만 가져다드리고 있어.” “그러면 반찬은 날마다 가져다드리는가?”
“날마다 반찬을 어떻게 가져다드리겠어? 이틀에 한 번 정도 가져다드리는데 우리 엄마는 밥을 별로 안 드시거든, 그러다 보니 반찬도 별로 안 드시는 것 같아 옆에서 식사 좀 많이 하시라고 잔소리를 하거나 우리가 같이 앉아서 밥을 먹으면 그때 조금 드시기도 하는데 내가 생각해도 혼자 얼마나 밥맛이 있어 식사를 많이 하시겠어?”
“그러면 반찬은 어디에 두는데?” “요즘은 다 냉장고가 있으니 거기에 보관하고 국물은 내가 갈 때마다 조금씩 끓여드리니 잘 드시데.” “아이고! 정말 효녀네!” “그런데 자기 엄마는 잘 계셔?” “우리 엄마? 아이고! 말도 마! 그러니까 지난여름 밭에서 일하다 쓰러져 119로 병원으로 모셨는데 ‘날씨가 무더운데 너무 무리하여 일을 해서 그러신 것 같다!’며 ‘퇴원하셔도 된다!’ 해서 집으로 모셔왔는데 아무래도 혼자 집에 계시라고 할 수가 없어 요양원에 모셨거든.”
“그랬으면 정말 잘했네!” “그런데 집에 계실 때는 금방 돌아가시게 생긴 노인네가 요양원에 가시더니 다시 살아나셨어!” “다시 살아나시다니 어떻게 된 건데?”
“그러니까 집에서는 ‘끙! 끙!’ 앓으면서 ‘아이고! 나 죽네!’ 하며 밥도 제대로 못 드시던 노인네가 요양원으로 모셨더니 얼굴 혈색도 좋아지고 밥맛이 돌아왔는지 두 그릇씩 드신다고 그러네.
그런데 문제는 처음에 요양원에 들어가셨을 때는 아무것도 원하는 게 없고 심지어는 평소에 좋아하던 과자 같은 것도 ‘필요 없다!’고 하셨는데 어느 날은 면회를 갔더니 ‘붕어 고가 사람한테 좋다 그랑께 그것을 잔 해다 주라!’ 하시더라고 그래서 별말 없이 해다 드렸더니 이번에는 ‘소 배 속에 있는 송아지 테를 고를 짜서 묵으문 사람한테 좋다 그랑께 그것 잔 해 갖고 오니라!’하시더라고, 그런데 살아있는 소의 태를 어떻게 구할 것인가? 참! 답답하더라고. 그런데 우연히 고 짜는 집 앞을 지나다 생각이 나서 주인에게 이야기했더니
그건 여기저기 알아봐야 하니까 며칠 기다리셔야 하는데 하여튼 제가 빨리 구해서 해다 드릴게요!’ 하더니 어떻게 된 일인자 한 삼 일 지나니 ‘찾아가라!’ 전화가 왔어! 그래서 가져다 드렸는데 드시는지 안 드시는지 그걸 드시고 몸이 좋아지면 정말 걱정이 없겠는데 내가 또 쓸데없는 걱정을 하는 것인지 모르겠네!”/류상진 전 보성우체국 집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