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들어 온 음악은 내 삶의 궤적과 함께한다. 그때그때 내가 강렬하게 감응했던 음악에는 당시의 나를 지배했던 정서가, 달뜨게 하거나 뒤척이게 했던 일들이, 잊지 못할 누군가가 인장처럼 새겨져 있다.”(박이강의 ‘작가 노트’ 중)
오선호, 김수영, 원초이, 박이강, 도수영, 이릉, 안덕희 등 저마다 문단에서 입지를 다지고 있는 일곱 작가가 참여한 앤솔로지 ‘무성음악’(마요네즈)이 출간됐다.
소설집에는 ‘소리 없는 음악’을 주제로 한 단편소설과 작가 노트가 각각 한편씩 묶였다. 각 소설의 맨 앞장에는 작품에 영향을 준 음악이 QR 코드로 담겼다.
문체도 개성도 판이한 일곱 명의 작가가 함께 책을 엮은 배경이 궁금했다.
지난 5일 연합뉴스와 만난 이릉 작가는 “원래 일곱명이 모인 지는 한 10년쯤 됐다. 습작을 하면서 만났다”며 “일도 안 풀리고 인생이 꼬인 것 같고 답답할 때면 함께 음악 공연을 보러 다녔다”고 웃으며 말했다.
그러다 하나둘씩 일곱명이 모두 소설가로 등단했고, 음악에서 영감을 받은 글을 써보자고 의기투합해 이번 소설집이 나오게 됐다.
단편들은 주로 삶의 이면에 흐르는 무거운 침묵, 마음속 묻어둔 고백, 회한과 불안, 고독 같은 감정에 조용히 귀를 기울인다.
오선호의 ‘진통제’는 도심의 소음 속에서 낯선 이와 나누는 낮은 휘파람 소리를 통해, 현대인의 외로움을 달래는 ‘사적인 진통제’를 찾아내고 소통의 가능성을 탐구한다.
김수영의 ‘탱글우드’는 30년 만에 날아온 친구의 부고를 통해 찬란했던 유학 시절의 왈츠를 떠올리지만, 슬퍼할 틈도 없이 생업으로 돌아가야 하는 한 중년 남성을 주인공으로 삼았다.
박이강은 ‘하필이면 다행히도’에서 한 번도 보지 못한 ‘타인’ 같은 아버지를 찾아 나선 어느 딸의 이야기를 통해 혈육과 인연, 행복의 가치를 묻는다.
그런가 하면 이릉의 ‘악인(樂人) 열전 1: 째즈마스터 조풍각’은 성공과 몰락, 환호와 고독의 롤러코스터를 탔던 어느 음악가의 일대기를 다뤘다.
조풍각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통해 1980∼90년대 대중문화와 풍속사를 생생하게 복원해냈다. 시종일관 달콤 쌉싸름한 블랙 유머가 빛을 발한다.
제각기 개성을 살린 일곱 편의 이야기는 독자의 삶에 들려오는 무성음악은 어떤 선율인지, 그 침묵의 공간을 무엇으로 채우고 있는지 묻는다.
문학평론가 박혜진은 추천사에서 “말해지지 않은 것들, 언어로 붙잡히지 않는 감정들, 우리 삶의 무성한 순간들이야말로 가장 선명한 진동을 남긴다”며 “가사 없는 멜로디처럼 말보다 앞서 도달하는 감정의 파동에 귀 기울이면 거기 우리 삶의 예술이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