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군대생활

전광투데이 승인 2023.01.15 18:29 의견 0


금방이라도 비가 내릴 듯 하늘에 짙은 먹구름이 가득해지자 기고만장해진 차갑고도 강한 바람은 밤나무 꼭대기에 조금 남아있는 마지막 가을을 사정없이 털어내는데, 가지를 떠나는 낙엽들은 슬픈 비명을 지르며 땅바닥에 주저앉더니 “너희들 이제 어디로 갈래?”묻자 살며시 일어나 내 뒤를 졸졸 따라오고 있었다.
관주산 정상에서 기구를 이용하여 ‘하나! 둘! 셋! 넷!’운동을 하고 있는데 옆의 선배께서 “동생! 끝나려면 아직 멀었는가?” 물었다. “왜요? 벌써 내려가시게요?” “벌써는 무슨 벌써 여? 내가 보기에 진작 내려갈 시간이 넘은 것 같은데!” “아니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어요? 그러면 내려가시게요.”하고 천천히 정상에서 내려와 숲길을 걷는데 길바닥에 담배꽁초 하나가 떨어져 있는 것이 보였다.
그리고 그걸 본 선배께서“담배를 피웠으면 불이 완전히 꺼졌는지 잘 확인하고 보이지 않는 곳에 버리든지 하지 이렇게 사람이 오가는 길에다 버렸을까?” “그러게 말입니다. 특히 숲속에서는 산불 우려도 있으니 담배는 피우지 말아야하는데 그걸 모르는 모양이네요. 그런데 형님은 혹시 담배 피워보셨어요?”
“나는 옛날 젊었을 때 그러니까 내가 군대생활 할 때 잠깐 피우고는 그냥 끊었어!” “왜 끊으셨는데요?” “그때는 한창 젊었을 때고 그러니 호기심에 몇 번 피워봤는데 군인들은 담배를 피우고 나면 꽁초가 남지 않도록 완전히 분해를 해서 버리도록 하고 있거든, 그런데 담배만 안 피우면 그런 번거로운 일도 없으니 얼마나 좋은가?” 하더니 갑자기 무언가 생각났다는 듯 “자네 혹시‘도루묵’이라는 생선 먹어봤는가?”
“한 번 먹어본 적은 있는데 왜요?” “어떻게 먹게 되었는데?” “강원도 철원에 저의 처제가 비닐하우스에 꽈리고추 농사를 짓고 있는데 제가 퇴직하고 한 20일 동안 일을 도와주러 간적 있거든요.
그런데 고추를 따면 그날그날 바로 서울 공판장으로 보내는데 일요일은 공판장이 쉬니까 그에 따라 토요일은 쉬거든요. 그런데 쉬는 날 저의 동서가‘오늘이 동송읍 5일 시장 날이니 구경이나 가자!’고 해서 따라나섰는데 장에 가보니 배에 알이 꽉 찬 아주 맛있게 생긴 생선이 있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사왔는데 막상 찌개를 끓여서 먹어보니 맛은 예상보다 못한 것 같았는데 그 생선이름이 도루묵이라고 하더라고요.”
“그랬어? 그런데 내가 군대생활 할 때 내 밑으로 신병(新兵) 한사람 배치되었거든, 그런데 그 신병이 이제 결혼 한지 3개월밖에 안된 새신랑이더라고,” “그러면 신부와 생이별을 한 셈이네요.” “그런데 우리부대 대대장님께서 그 사정을 알고 부대 주변에 집을 마련해서‘제대할 때까지 신부와 함께 그곳에서 지내라!’며 영외(營外) 거주 그러니까 아침에 출근해서 오후에 퇴근하는 식으로 군대생활을 할 수 있도록 배려했는데 그 시절만 하더라도 그건 아주 특별대우였거든.” “그러면 정말 좋았겠는데요.”
“그런데 그 시절 사병들에게 건빵이 지급되는데 그걸 또 모아서 새 신부 간식용으로 보냈는데 어느 날 그 신병이 무엇을 한보따리 가져왔어 그래서‘저게 무얼까?’봤는데 건빵을 식용유에 튀겨 설탕을 뿌려왔는데 정말 맛있더라고.” “그 시절만 하더라도 먹거리가 귀하던 시절이니 얼마나 맛있었겠어요?”
“그런데 어느 날 식사 시간에 도루묵찌개가 나왔어!” “그러면 맛이 어떻던가요?” “그런데 별로 맛이 없어 모두 국물만 먹고는 건더기는 건져 찬합에 모았는데 그 신병이 그걸 가져가더니 아주 맛있게 먹는 거야!” “그러면 그 신병이 도루묵을 좋아했을까요?” “좋아했으니 그렇게 많은 것을 남기지 않고 모조리 먹었겠지. 싫어했으면 먹었겠는가?”/류상진 전보성우체국 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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