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하고 함께할게요”…이슬비 속 이태원 참사 시민추모제

'윗선' 비켜간 특수본 수사 비판…"검찰서 책임자 처벌해야"

전광투데이 승인 2023.01.16 11:15 의견 0

"재현아, 너의 마지막 43일을 생각하면 너무 가슴이 아프다. 차라리 이태원에서 친구들과 함께했다면 43일간의 고통은 없었을 거잖아."
이슬비가 내린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 앞. 이태원 참사 트라우마로 지난달 12일 극단적 선택을 한 159번째 희생자 이재현 군의 아버지는 연신 아들의 이름을 부르며 흐느꼈다.
그는 아들에게 쓴 편지에서 "죽기 전 일주일간 밝은 모습으로 밥도 잘 먹고 노래도 많이 부르고 게임도 재미있게 해서 이제 조금씩 예전으로 돌아오나 하고 안심했다"며 "그런데 친구한테 갈 결심하고 마음이 편안해져서 그랬다는 걸 알고 너무 가슴이 아팠다"고 했다.
그는 "한 달 만에 친구들의 죽음을 잊고 예전으로 돌아온다고 생각했다니 아빠가 바보 같고 미안해"라고 말하며 눈물을 흘렸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협의회)와 '10·29 이태원 참사 시민대책회의'(시민대책회의)는 '49재'였던 지난달 16일과 30일에 이어 이날 세 번째 시민추모제 '우리를 기억해주세요'를 열었다. 유가족 50명과 시민 400여명이 우비를 입고 우산을 든 채 자리를 지켰다.
시민들은 '우리를 기억해주세요. 10.29 이태원 참사 책임자 처벌!'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기억하겠습니다, 잊지 않겠습니다, 함께하겠습니다."라고 외쳤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과 윤희근 경찰청장 등 이른바 '윗선'에 닿지 못한 경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의 부실 수사를 지적하며 철저한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컸다.
이종철 협의회 대표는 "특수본 수사 결과는 우려했던 것처럼 윗선에 대한 수사를 시도도 못 하는 '셀프 수사'의 한계를 보여줬다"며 "꼬리자르기식 수사, 목표를 정한 적당한 수준의 수사로 마무리됐기에 검찰의 본격적인 수사가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고(故) 이상은 씨 이모는 "막중한 자리에서 사명을 다하지 않은 자들, 사죄했어야 하는 자들이 합당한 처벌과 책임을 지도록 여기 모인 유가족들과 함께 노력할게"라고 고인에게 약속했다.
전날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태원 사태 등으로 작년 4분기 경제지표가 나쁘게 나왔다'고 언급한 것을 두고서도 비판이 제기됐다.
이 대표는 "정부에서 경제를 내팽개쳐 바닥을 찍은 경기를 이태원에서 희생된 아이들에게 떠넘긴다"면서 사과를 요구했다.
시민대책회의는 이달 30일부터 참사 100일째인 다음 달 5일까지 집중 추모 기간으로 하고 다음 달 4일 서울 도심에서 추모제를 열 계획이다.
한편, 시민대책회의는 이태원광장 시민분향소 인근 보수단체 시위를 막아달라며 법원에 낸 접근 금지 가처분 신청과 관련해 전날까지 3만7천여명이 인용 촉구 탄원서에 서명했다고 밝혔다. 가처분 신청 심문은 17일에 열릴 예정이다.

저작권자 ⓒ 전광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