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사람 누구라도 오세요!”

전광투데이 승인 2023.03.07 18:44 의견 0

“오늘 남부지방은 오후 늦게 또는 밤부터 많은 눈이 예상되니 농작물 관리에 철저를 기하여 주시고 외출하실 때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옷차림에 각별히 신경써주시기 바랍니다.”라는 기상청의 일기예보가 적중했는지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언제부터 쏟아졌는지 하얀 눈이 수북이 쌓여있었다.
‘금년에는 봄부터 너무 가물어서 야단인데 지금 내린 눈이 가뭄 해결에 많은 도움이 되었으면 정말 좋겠다.’라는 생각을 해본다. 친구들과 식당에서 점심식사를 하는데 누군가 “오셨는가? 오랜만이시!”하는 소리에 고개를 돌려보니 나에게는 처(妻) 이모부 되는 분이 빙긋이 웃고 있어 깜짝 놀란 얼굴로 벌떡 일어서며 “언제 오셨어요?
저는 오신 줄도 몰랐네요.” 하였더니 “이 사람아! 식당에는 조용히 들어오지 누가 소리 지르며 들어오는 사람도 있든가? 어서 식사하시게!” “그동안 잘 계셨어요? 건강은 좋으시고요?” “다행이 아픈데는 읍는께 건강한 것 같어! 그란디 자네 장모님은 잘 계신가?”
“예! 잘 계세요.” “으디 아픈디는 읍고?” “저의 장모님 나이가 금년에 벌써 구십 한 살이신데 건강하면 얼마나 건강하시겠어요? 그래도 다행히 당신 스스로 밥도 지을 줄 아시고 또 차려잡수고 설거지까지 하시니 그만하면 건강하신 편이지요.” “그라문 정신은 괜찬하시고?”
“아직까지 치매 같은 건 없는 것 같은데 그래도 나이가 있어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니 저의 집사람이 항상 곁에서 돌봐드리고 있어요. 그런데 이모부님께서는 지금도 마을 이장(里長)일은 계속 보고 계시지요?” “그렇지! 우리 동네에 누구 나보다 젊은 사람 한사람만 있어도 그 사람한테 밀어주문 쓰것는디 내가 젤로 막둥이다 본께 할 수 읍시 내가 몇 년째 계속하고 있단 마시.”
“그러시겠네요. 그런데 지금 마을에는 몇 가구나 살고 계세요?” “아랫마을이 옛날 한참 수가 많았을 때는 32호(戶)가 살았었거든. 그런데 어느 날부터 한사람 두 사람 이사를 가거나 또 나이가 많아 돌아가시면서 차츰 가구 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18호만 살고 있어!” “그러면 윗마을은 몇 호나 사시는데요?” “윗마을은 원래 15가구였는데 사람들이 줄어드는 바람에 3가구만 남았는데 다행히 3가구가 귀촌(歸村)해서 모두 여섯 가구로 늘었거든, 그런데 그도 복이라고 엊그제 한가구가 또 이사를 갔어.”
“왜 이사를 갔는데요?” “그 사람이 도시에서 온 줄 알았는데 원래 다른 시골마을에서 살다온 사람이더라고! 그런데 우리 마을로 이사 왔을 때 거기서 키우던 소는 그대로 놔두고 사람만 왔는데 소가 밤이고 낮이고 ‘음에~ 음메~’소리를 지르는 바람에 마을 사람들이 민원을 넣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할 수없이 다시 돌아간다고 하더라고.” “그러면 이모부님께서 사는 마을은 몇 호나 되세요?”
“내가 살고 있는 디는 8호 밖에 안 되야!” “그러면 윗마을 아랫마을 그리고 이모부님 마을까지 모두 합하면 31호 밖에 되지 않네요.” “그렇지! 그런데다 또 60살 이하는 없고 모두 다 고령인데다 부부가 함께 사는 집은 3가구 밖에 되지 않으니 문제도 큰 문제일세!”
“정말 그러시겠네요.” “그래서 어디서 젊은 사람들이 이사를 와야 마을이 젊어지는데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그리고 며칠 전 우리 마을에서 밖으로 놀러가면서 관광버스를 대절했는데 모두 23명이 참석을 했어! 그러다보니 버스가‘텅! 텅!’비어있는 채로 다녀왔는데 그래도 이번에 제일 많이 참석한 편이거든, 그런데 내년에 또 놀러간다면‘과연 몇 명이나 참석할까?’생각하면 정말 안타까운 생각이 드는디 무슨 뚜렷한 대책이 읍으니 참말로 답답한 심정이드라고.”/류상진 전보성우체국 집배원

저작권자 ⓒ 전광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