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년간 기록한 고향 신안의 섬들…사비나미술관 강홍구 개인전

전광투데이 승인 2023.03.16 15:38 의견 0

전남 신안의 어의도 출신인 사진작가 강홍구(66)의 어머니는 산에 고사리가 자라는 봄이 되면 고향에 가보고 싶어 했다. 그런 어머니를 모시고 고향을 찾은 작가는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며 이곳저곳을 찍었다. 2005년 별 계획 없이 시작한 작업은 마치 수렁에 빠진 듯이 17년간 계속됐다.
'신안' 연작의 결과물을 소개하는 전시가 서울 은평구의 사비나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다. 지난해 서울 북촌에 있는 원앤제이갤러리에서 신안의 갯벌과 모래, 바람을 주제로 한 풍경 작업을 선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풍경 사진뿐 아니라 합성 사진, 파도에 밀려온 물건들을 채집해 매달아 완성한 회화, 콜라주 작업, 영상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신안의 모습을 보여준다.
유인도와 무인도를 합쳐 1천개가 넘는 신안의 섬 중 60∼70%를 다녀본 것 같다는 작가는 13일 "잘 알던 곳이라 생각했는데 낯설었다"면서 이번 작업을 '익숙한 낯섦'으로 표현했다.
작가는 작가 노트에서 "신안을 체험하고 표현했으며 과정 자체가 의미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면서 "아마도 카메라와 붓을 들고 돌았던 17년의 세월과 신안 바다 모든 곳이 옛 고향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을 확인하는 여정이었는지도 모르겠다"고 돌아보기도 했다.이번 전시에서는 익숙한 섬과 바다의 풍경 사진 외에 무인도에 대한 환상과 기억을 담은 사진 드로잉 연작 40점도 처음 선보인다.
어린 시절 섬 소년에게 눈앞에 보이는 섬은 환상의 대상이기도 했다. 해적 이야기를 읽으며 몽상에 빠지기도 했고 섬에 얽힌 전설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작가는 횃불이나 구명보트, 피아노, 거대한 야생화 등을 무인도 사진 위에 그리는 사진 드로잉과 그림을 잘라 붙이는 드로잉 콜라주 등의 방식으로 당시의 기억과 몽상을 이미지로 표현했다.
바닷가에 떠밀려 온 각종 사물을 회화 위에 매단 작업 역시 어린 시절 기억과 연계된 것이다. 태풍이 지나간 후 바닷가에서 발견한 장난감 자동차의 바퀴 같은 육지의 물건들은 때론 작가에게 보물 같은 존재이기도 했다.
예능 프로그램 '삼시세끼'의 촬영 장소로 대중에게 널리 알려진 만재도 사진도 눈길을 끈다. 바닷가 바위를 미역이 뒤덮은 모습은 마치 정글 같기도 하고 거대한 짐승 같기도 하다. 만재도의 풍경과 파도 소리를 기록한 22분 길이의 영상은 '물멍'하기에 좋다.
전시는 4월23일까지. 유료관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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