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아지 소동

전광투데이 승인 2024.03.24 17:44 의견 0

관주산 입구에서 단풍나무 터널을 지나 편백숲 쪽으로 계속 걷고 있는데“어야! 동생같이 좀 가세!~~~”소리가 들려 뒤를 돌아보았더니 마을 형님께서 급히 따라오면서 “아이고! 심들다! 내가 시방 자네 따라 잡을라다 숨 넘어가것네!” 하셨다. “아니 천천히 오시지 뭐하러 저를 따라잡으려고 하셨어요?”
“이 사람아! 인자 설도 쇠고 그랬응께 안부도 궁금하고 그랑께 자네하고 같이 이것저것 이야기도 함시로 가문 을마나 좋것는가?” “그러기는 한데 이렇게 숨이 넘어가도록 따라오시다 정말 큰일 나면 어떻게 하시려고요?” “큰일이 나다니? 무슨 큰일 말인가?”
“형님께서 숨이 넘어가겠다고 해서요.” “내가 그란다고 참말로 숨이 넘어간단가? 내가 절멋을 때 마라톤을 했거든.” “정말 마라톤을 하셨어요?” “왜 내 말이 거짓말 같은가?” “아니요. 옛날에는 군대에서 마라톤을 하셨다고 하신 것 같은데 젊었을 때라고 하셔서요.”
“이 사람아! 절멋을 때나 군대에서나 같은 말이제 안 그란가? 그란디 마라톤을 하면서 달리다 보면 내 앞에 달리는 선수를 금방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은디 아무리 달려도 이상하게 못 따라 잡것드라고!”
“그건 앞에서 달리는 선수가 가만히 서 있거나 그렇지 않으면 형님보다 속도가 느리면 따라잡을 수 있지만 형님하고 같은 속도로 달리거나 더 빠른 속도로 달리면 못 잡는 건 뻔하지 않습니까?”
“그라기는 그란디 그때 마음으로는 ‘저 선수만 잡으면 되는데!’ 아무리 해도 그게 맘대로 되지 않더라고.” “그러니까요. 그런데 조카들은 모두 갔나요?”
“갔제~에! 안 가고 있으면 되것는가? 그란디 보내고 나문 맘이 서운한디 그래도 으짜껏인가? 갈 사람은 가야제! 그란디 나는 어지께부터 비상이 걸려 난리가 났네!”
“왜 비상이 걸렸는데요?” “자네 알다시피 우리 큰 애가 갱아지를 키우지 않는가? 그란디 그것들을 서울에서 여그까지 데꼬 온다 글드라고.” “아니 서울 쪽에 애견센터나 그런데 맡기면 될 텐데 뭣하러 여기까지 데리고 온답니까?”
“그런데 맡기는 것이 쉽지 않더라고.” “왜 쉽지 않은데요.” “애견센터에 맡기면 한 시간에 2만 5천 원씩 줘야 한다네.” “예~에! 뭐가 그렇게 비싸답니까?” “옛날 코로나가 터지기 전에는 여기저기 애견센터들이 많아 강아지를 맡기기 쉬웠는데 코로나가 터지면서 대부분 폐업하는 바람에 그게 비싸져서 힘들다고 그러네.”
“아무리 그렇더라도 한 시간에 2만 5천 원이면 너무 비싼데요.” “그러니까 한 시간에 2만 5천 원이면 열 시간이면 2십5만 원 그라고 이십 시간이면 5십만 원 또 4시간이 있응께 10만 원 그라고 합친께 총 하루에 60만 원이구만, 그란디 한 마리가 아니고 두 마린께 백 2십만 원 그라고 이박 삼일잉께 3백6십만 원이나 된디 설 한번 쇨라다가 사람 죽것네!” “그래서 어떻게 하셨어요?”
“우추고 하꺼인가 그냥 집으로 데꼬 오라 그랬제!” “그러면 승용차로 온다고 하던가요?” “아니 KTX로 오는데 다른 사람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바구니에 담아 잠을 재워 데려왔다고 하더라고 그래갖고 개들이 오자마자 거실 한쪽을 막고 그 안에서 못 나오게 했는디 그것들이 집이 들어오는 순간부터 여그저그 사방 데가 개털이 수북하게 싸여갖고 이것을 우리 두째 아들이 암만 진공청소기로 빨아들여도 소용이 읍드란 마시 그래서 오늘 아침에도 한참을 빨아들였는디 으째야 쓸란가 몰것네!”
“그런데 개들이 예쁘지는 않던가요?” “이쁘기는 이쁘제 으째 안 이쁘것는가?” “그러면 귀엽고 예쁜 우리 애기들이 다녀갔다 생각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청소하시면 좋을 것 같은데요.”/f류상진 전 보성우체국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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