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들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며 누구네 횟집 앞을 지나는데 커다란 광어 몇 마리가 수족관 안에서 이리저리 헤엄쳐 다니고 있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후배가 “저 광어 정말 크네요.
저런 고기는 무엇으로 잡았는지 모르겠으나 한 마리씩 잡아 올리면 정말 기분 좋았겠는데요.” “당연히 그러겠지! 우리는 그냥 지나가면서 보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데 잡아 올리는 사람은 얼마나 좋았을까?” 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선배께서 “그런데 동생들! 혹시 광어회 먹고 싶은 생각 있는가? 생각 있으면 말하게! 내가 다른 건 몰라도 동생들에게 회 한 접시쯤은 사 줄 수 있네.”
“에이! 대낮부터 무슨 광어회랍니까?” “아니 대낮이라니 그건 또 무슨 말씀인가? 그럼 회 한 접시 먹는데 대낮 찾고 한밤중 찾고 해야 하는가?” “아니요! 그게 아니고. 대낮부터 회를 먹으면 아무래도 소주라도 한잔 마시면서 먹는 게 정상 아닙니까? 그런데 대낮에 그걸 먹고 얼굴 벌게져 있으면 아무래도 점잖은 사람 평가도 안 좋아질 게 아닙니까?”
“그래서 어쩐다고.?” “그러니 정 회를 사주시고 싶으시면 이따 저녁 무렵 특별히 형님을 위하여 시간을 낼 테니 그때 사주시면 좋겠습니다.” “에이! 그건 안돼!” “아니 왜요?” “사람은 무엇이든 때가 있는데 내가 지금 동생에게 회를 사주고 싶은 지금 사야지 이 시간이 지나면 모든 게 식어! 그래서 그때는 못사는 거야! 알아들었지?
그럼 오늘 내가 동생에게 광어회 한 접시 분명히 산 거야!” “예! 그런 것 같기는 한데 어째 영 쪼금 서운한 느낌이 드네요. 쩝!” 이야기를 듣다 아주 오래전 직장 생활할 때 에피소드가 떠오르기 시작하였다. 그 시절 나는 직장 동료들과 등산 모임을 만들어 시간만 있으면 산행을 하였는데 어느 날 회원들에게 “다음 달 산행은 전남 고흥군에 위치한 봉래산 산행이 좋겠다.
그리고 이번에는 가족들도 함께 갔으면 좋을 것 같다.” 했더니 “그럼 어린이들이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 하고요?” “그 산은 그리 높지도 또 험한 산도 아니니 어린이를 데리고 가다 힘든 곳은 부모들이 업고 가면 되지 무슨 말이 그리 많은가?” 하여 모처럼 관광버스까지 대절하여 봉래산으로 향하였는데, 가는 도중 ‘횟감을 사 가자!’며 전남 고흥군 나로도 어시장에 들러 커다란 광어 한 마리 가격을 물었더니 저울에 올려 보더니 ‘10만 원을 달라!’고 하였다.
그런데 작은 예산으로 많은 횟감을 사려니 안 되겠다. 는 생각이 들어 광어 한 마리와 숭어 열 마리 회를 뜨고 또 내가 아주 좋아하는 멍게를 아주 싼 가격으로 구입하여 함께 포장하여 산을 향해 출발하였다. 그리고 얼마나 올랐을까?
사방을 둘러보니 끝이 보이지 않은 넓은 바다에 푸른 하늘까지 겹쳐 어디가 하늘이고 어디가 바다인지 알수 없는 아주 경치 좋은 곳에 자리를 잡고, 아까 어시장에서 구입한 횟감을 펼쳐 놓았는데, 어른도 어른이지만 특히 이제 초등학교 3~5학년쯤 되는 어린이들도 어디서 회 먹는 법을 배웠는지 젓가락으로 회를 집어 초고추장을 찍은 다음 상추에 올려 놓고 접어서 입에 넣는 모습이 정말 예쁘게 보였다.
그리고 나도 내가 좋아하는 멍게를 초고추장에 찍어 소주를 한 잔 마셨는데, 그걸 목에 넘기는 순간 이 세상 부러울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오랜 세월이 흐른 지금, 그렇게 맛있던 멍게는 어찌 된 일인지 한 점 먹으면 굉장히 짠맛이 나서 먹기가 싫고, 회 역시 있으면 먹고 없으면 마는 그런 음식이 되어 버렸으니 사람이 나이를 먹다 보니 입맛이 변한 것인지 취향이 변한 것인지 모르겠으나 그래도 그때가 아주 좋았다는 생각이다./류상진 전 보성우체국 집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