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배의 귀촌 생활

전광투데이 승인 2024.07.21 17:31 의견 0

오늘은 매월 한 번 씩 있는 정기 산행 일이어서 시간에 늦지 않도록 모일 장소에 나갔더니 회원들은 미리 나와 웃는 얼굴로, 그동안의 안부를 물으며 이야기꽃을 피우는데 오늘은 특별히 초대 손님으로 반가운 얼굴이 보여 “형님! 오랜만이네요. 그동안 잘 계셨어요?” 묻자 “아이고! 동생 정말 오랜만일세! 자네는 잘 지내셨는가? 어디 몸 불편한 곳은 없고?” “저는 괜찮아요!” “그러면 다행일세!” “그런데 형님은 어디서 살고 계세요? 누구 말을 들으니 깊은 산골로 들어가셨다고 하던데요.”
“누가 그런 말은 하던가?” “아니 누가 그런 말을 한 게 아니고 우연히 그런 이야기가 들리더라고요.” “그랬어! 그런데 그 말도 그리 틀린 말은 아닌데 깊은 산골은 아니고 깊은 시골이 맞는 말이야!” “아니 어디서 사시길래 깊은 시골이라고 하세요?”
“내가 사는 곳은 북부 쪽 조그만 마을인데 자네도 알다시피 직장에 근무할 때는 광주에서 살았는데 정년퇴직하니 굳이 공기 탁한 도시에서 살 이유가 없는 것 같더라고, 그래서 자네 형수와 연구한 끝에 물 좋고, 공기 맑고, 인심 좋은 곳을 고르다 보니 옛날 우리 외갓집이 있던 동네를 골라 땅 사고, 집 짓고 조그만 텃밭을 가꾸면서 살고 있어!” “그러면 전원생활을 하시는 거네요.”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는데 그게 전원생활인지 아닌지 아직도 잘 모르겠단 마시.” “그러면 시골에서 농사는 짓지 않으세요?” “텃밭 약 삼백 평 정도를 가꾸고 있으니, 그것도 농사라면 농사인데 문제는 날이 가면 갈수록 그 땅을 가꾸기 힘이 들어! 그리고 집도 문제고.” “집에는 어떤 문제가 있는데요?” “처음에 그곳으로 이사할 때는 주위에 네 가구가 이웃으로 살고 있었는데 그 뒤 몇 년이 흐르고 보니 우리 집만 달랑 남았네.”
“왜 그렇게 되었는데요?” “그게 처음 이사했을 때는 그래도 주위의 사람들이 건강했는데 어느 날 노인 한 분이 갑자기 몸이 아프더니 얼마 지나지 않아 돌아가시고 말았어.” “그러면 돌아가신 분 나이가 많았을까요?” “돌아가실 때 구십세가 넘었으니 당연히 많은 나이지 적은 나인가? 그리고 할머니도 얼마 되지 않아 치매가 있어 요양원에 모시니 결과적으로 집 한 채가 사라져 버렸고, 또 조금 있으니 혼자 계신 영감님을 큰아들이 도시로 모셔간다고 해서 또 한 집이 또 비어 버린 거야!” “그러면 두 집이 남았네요.”
“그런데 한 집은 도시에 집이 있어 농사철에는 내려와 농사를 짓다 추수가 끝나면 도시로 가 버리기 때문에 한 집만 남은 셈인데 그나마 그 집도 할머니가 어느 날부터 속옷만 입고 마을 돌아다니고 해서 자식들이 요양원으로 모시는 바람에 졸지에 우리 집이 독립가옥이 되어버렸어. 그런데 문제는 우리 집사람이 무서움을 잘 타는데 내가 어디에 일을 좀 보러 가서 늦으면 ‘혼자는 무서워 못 있겠다.’라는 거야.”
“그러면 정말 곤란하시겠네요.” “그런데 또 텃밭이 삼백 평인데 거기를 그냥 놀려 놓을 수가 없어 무엇이라도 심어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야겠지요.” “그런데 무엇을 심으려면 땅을 파서 밭을 일구어야 하는데 그게 또 쉽지 않더라고.” “그러면 트랙터 같은 장비를 불러 부탁하시지 그러셨어요?”
“그런데 그게 무슨 작물 한 가지만 심는다면 가능한데 여기는 배추, 여기는 고추, 저기는 마늘을 심으려면 서로 파종하는 시기가 달라 일일이 삽으로 파야 하고 또 무슨 잡초들은 그렇게도 자라는지 며칠을 뽑아내거나 제초제를 뿌려야 하기 때문에 늙은 말년에 정말 고생이 많거든, 그러니 젊은 사람이라면 몰라도 나이 많은 사람은 귀촌에 관해서는 많이 고민해 보고 결정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류상진 전 보성우체국집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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