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변함없이 매일 아침 오전 7시 50분이 되면 KBS TV 인간극장이 방영되는데 오늘은 금년 나이 74세 딸이 올해 100살 이신 친정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이야기가 방송되고 있었다.
그런데 음식이라든가 모든 것을 백 세의 노 할머니가 시키는 대로 하면서 행복을 찾는 딸의 모습이 보였는데, 손녀딸이 운영하는 미장원에 가신 할머니께서 손녀가 잘라주는 머리를 보며‘이렇게 해라! 저렇게 해라!’ 간섭을 하시면서도 ‘손녀가 예뻐 죽겠다!’는 표정이었고 또 손녀딸은 할머니의 얼굴을 어루만지며 “나는 할머니가 정말 좋아!”하면서 같이 사진을 찍는 모습이 정말 아름다워 보였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다 집사람에게 “혹시 장모님은 머리를 자르실 생각이 없으실까?
텔레비전 속 할머니는 머리를 자르니 저렇게 예뻐 보이면서 편해 보이는데.” 물었더니 “아이고! 우리 엄마는 안 돼!”“무엇이 안 되는데?”
“옛날에 우리 엄마 머리를 자르려고 미장원 친구에게 ‘만약 내가 모시고 오면 아무것도 물어보지 말고 바로 사정없이 잘라라!’미리 부탁을 해 놨거든, 그리고 엄마와 함께 파머스마켓에 들러 필요한 것 장도 보고 하면서 집에 갈 시간이 되어서 ‘엄마! 나 잠시 미장원하는 친구를 좀 만나야 하는데 여기서 기다릴 거야 아니면 같이 갈 거야?’ 물었거든 그랬더니
‘나는 여가 있으꺼잉께 니만 그냥 댕겨와라!’ 하시더라고 그래서 ‘아니 여기 계시면 심심하고 그럴 텐데 왜 여기 계신다고 그래~에? 거기 같이 가면 좋지! 그러면 오랜만에 딸 친구도 만나보고 얼마나 좋아!’했더니 ‘금메 나는 미장원에는 안 간단마다 그랑께 니만 갔다 오랑께 그래 쌓냐?’하는 것이 내가 엄마 머리를 자른다는 것을 눈치채신 것 같더라고. 그래서 이번에는 엄마가 좋아하는 막내 여동생에게 ‘어떻게 하든지 꼭 미장원에 모시고 와야 한다! 알았지!’하고 특명을 내려놓았는데 어떻게 된 일인지 한나절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어! 그래서 전화를 해 봤더니 ‘엄마가 절대 미장원에는 안 가신다고 그래서 할 수 없이 집으로 모시고 왔다!’
그래서 이제는 포기하고 말았어!”라는 대답이었는데. 그러다 가만히 옛날 우리 어머니 이야기가 생각나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주 오래전 우리 어머니께서 살아계실 때 다른 어머니들처럼 낭자머리를 하고 계셨는데 머리를 감으실 때면 커다란 솥에 물을 데운 다음 집사람이 머리에 물을 조금씩 부어주면 거기에 비누칠을 한 다음 머리를 감기 때문에 긴 머리를 관리하기란 보통 귀찮은 일이 아니었는데도 어머니께서는 ‘절대 머리를 자르지 않겠다!’고 고집하시는 바람에 어쩔 수 없었는데 그러던 어머니께서 막내 여동생 집에 다녀오시면서 그 귀한 머리를 자르고 오신 것이다.
그래서 “엄니! 아니 무슨 일로 머리를 자르셨어요?” 물었더니 “그랑께 막내가 ‘엄마! 미장원에 우리 친구가 있는데 거기 좀 다녀오자!’ 그래서 따라갔단 마다 그란디 막내 친구가 ‘엄마! 여기 의자에 조금 앉아 보시겠어요?
요즘 날씨도 무더우니까 머리 손질 좀 해드릴게요.’ 해서 의자에 앙것는디 앉자 마자 이것이 머리를 인정사정없이 짤라 불드란 마다 그래서 하다 애깐지 읍서 카만히 앙것응께 그것 하는 말이 ‘엄마! 미안해요. 그런데 이렇게 머리를 자르지 않으면 자를 수가 없거든요. 그리고 기왕에 머리를 잘랐으니 이제 시원하실거에요. 그러니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아시겠지요?’ 글드란마다.”
“그러면 머리를 자르고 나니 어떠세요?”물었더니 “우추고 되었든 머리를 짤라불고 난께 써운하기는 해도 씨연해서 좋다야!” 하셨는데 왜 우리 장모님은 그것을 모르고 계시는 것일까?/
류상진 전 보성우체국 집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