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천 버스 터미널에서 택시에 오르며 “기사님! 수고가 많으십니다.”하였더니 “예! 어서 오십시요! 어디로 모실까요?” “금당 우리 1차 아파트로 가시게요.” “예! 알았습니다.”하며 차는 출발하였다. 택시는 잠시 후 신호를 받고 좌회전한 후 조금 달려 순천 아랫시장을 지나고 있었는데 평소와는 다르게 길가에 좌판을 깔아놓고 장사하는 상인도 물건을 구입하는 사람도 보이지 않았다.
“기사님! 저기가 시장(市場)인데 아무도 보이지 않네요.” “요즘 날씨가 보통 날씨입니까? 물론 꼭 필요한 것은 어쩔 수 없이 사러 나오겠지만 그렇지 않으면 이렇게 무더운 날 누가 물건 구입하러 오기나 하겠습니까? 괜히 물건 사러 나왔다 쓰러지기라도 하면 큰일 아닙니까?”
“기사님 말씀이 맞네요. 그러면 요즘처럼 무더운 날 버스터미널 같은데서 손님을 기다릴 때 차(車) 시동은 켜 놓으십니까?” “무작정 켜 놓고 기다릴 수는 없지 않습니까? 그래서 될 수 있는 대로 손님을 빨리 태울 수 있는 역(驛)이나 백화점 또는 콜(call)이 오기를 기다립니다.” “그러면 이렇게 고생하셔서 한 달에 수입이 얼마나 되십니까?”
“그렇게 많지는 않아요. 제가 택시 운전하기 전 직장(職場)에서 엔지니어로 근무했는데 정년(停年)을 하고 나니 막막하더라고요.” “그러셨어요? 그럼 그때 바로 택시 운전을 하신 겁니까?” “아니요! 처음에는 집에서 놀고 있었어요.” “저의 친구 한사람이 정년퇴직을 하고 나서 집에 있으려니 자꾸 짜증만 나고 해서 아침밥을 먹고 나면 바로 집 근처의 산으로 가고, 점심을 먹고 나서는 조금 더 멀리 있는 산을 다녀오고 하는 식으로 시간을 보냈는데, 어느 날 아는 사람이‘심심하고 그러면 기원(棋院)으로 놀러오라!’해서 바둑도 배울 겸 다니기 시작했다 하더라고요. 그런데 문제는 바둑을 두다보니 그냥 두면 심심하고 그러니까 내기 바둑을 두기 시작했는데, 처음에 조금씩 걸고 시작했던 게 점점 판이 커지기 시작하면서 3십 만원만 있어도 충분하던 한 달 용돈이 나중에는 백만 원을 가지고도 부족했다고 하데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 친구가 안 보이더니‘나 요즘 택시 운전하고 있으니 혹시 차 필요하면 전화해라 알았지?’하더라고요. 운전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하루 수입이 2~3만원 밖에 되지 않았는데 요즘은 벌이가 괜찮은지 만날 때마다 싱글벙글 하더라고요.
그래서 ‘너 한 달이면 얼마씩이나 버냐?’물었더니 ‘내 용돈은 충분히 벌고 있어! 그리고 기원에 다니면서 한 달이면 백만 원도 넘게 쓰고 했는데 요즘 그것만 절약되어도 얼마나 좋냐?’하더라고요.” “친구 분께서 생각을 잘 하셨네요. 저는 퇴직하고 기원에 다닌 것이 아니고 친구 따라 골프를 치러 다녔어요.
그런데 내기 골프가 뭔지도 모르고 시작했는데 나중에는 점점 판이 커지면서 한 달이면 1~2백 가지고도 부족하더라고요. 그리고 골프를 치면 캐디(caddie)들이 따라다니는데 어쩌다 골프채를 휘둘러 공이 잘 나갔다 싶으면 엄지 척하면서 ‘나이스 샷!’하면 ‘기분이다!’하며 5만 원 짜리를 캐디에게 쥐어 주거든요. 그런데 이게 하루에 한두 번으로 끝나는 것도 아니고 그러면 주머니에 있는 돈이 금방 없어져 버리거든요.
그래서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은 생각이 들더라고요. 솔직히 캐디들이야 자신들 수입 올리는 것이 목적이지 제가 골프를 잘 치면 무엇하고 못 치면 무엇 하겠습니까? 그래서 택시 운전을 시작했는데 저는 이걸로 먹고 사는 것이 목적이 아니고 그냥 세월도 낚고 인생 공부도 한다! 는 생각을 하니 정말 좋더라고요. 그래서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류상진 전 보성우체국 집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