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군 팔금면 바나나농장에서 농장 책임자인 정공우 씨가 바나나 첫 수확을 시작하고 있다. 1,800여 평의 농지를 갈아엎어 지난해 9월에 식재한 뒤 1년 만에 결실을 맺었다. 사진 앞쪽이 정공우 씨, 뒤쪽이 취재중인 최창식 기자

달콤하고 향긋한 열대지방 바나나가 신안에서 첫선을 보였다.
상전벽해를 말해주듯 보잘것 없던 섬 농토가 과일 농장으로 변신해 고소득을 예감케하고 있다. 보기에도 탐스러운 대표적 열대과일 바나나가 1004섬 신안군 팔금면 바나나농장에서 첫 출하를 시작한 것이다.
3년 전 벼농사를 짓던 농지를 갈아엎기 시작, 지난해 9월에 처음 심은 바나나가 올 3월에 손바닥만한 붉은 꽃이 피기 시작하더니 5개월 만인 8월에 옅은 녹색으로 변해가며 소비자들의 식탁에 올랐다. 바나나 식재한 지 1년만에 쌀 대신 황금 과일 바나나가 탄생한 것이다.
열대지역 베트남이나 태국에서 볼 수 있는 바나나 농장이 천사의 섬, 신안군 팔금면과 비금면에 광활하게 펼쳐지면서 새로운 소득기반으로 등장했다. 수입 바나나가 병충해 농약과 방부제에 노출돼 있는 것과 달리 신안 바나나는 완전 친환경 재배농법으로 식탁에 오르게 돼 국민적 인기를 예약하고 있다.
어떻게 이런 혁신적 시도가 가능했을까?
모든 것은 신안군의 혁신적인 발상으로부터 출발했다. 2018년 당시 박우량 군수는 신안군의 생산기반이 1년에 한 번 수확하는 전통적인 벼농사인데다 주민들의 초고령화 추세에서 신안을 살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세계적 아열대화 기후추세에 따라 4계절 생산이 가능하고 비용과 노동력이 적게 들어가는 작물로 변화를 모색했다. 한국인들에게 가장 선호도가 높은 바나나와 망고를 주목했다. 노동력이 절감되는 스마트팜 농법을 시도하고 도시인들이 선호하는 친환경 과일로 승부를 걸었다. 고소득을 꿈꾸는 청년농부를 끌어들여 인구 증가에도 한 몫할 수 있다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과제가 한둘이 아니었다. 농지 확보와 사업예산, 재배기술이 가장 큰 문제였다. 수확 뒤의 유통과 판로확보도 막막했다. 사업예산은 국비와 도비 군비를 끌어들일 수 있는데까지 활용했다.
군은 두 가지 방향으로 사업판을 벌였다. 45세 이하 청년농을 유도하는 3년의 단기 임대농장과 45세 이상도 가능한 일반 중장기 임대농장의 병행이었다. 신안군 실거주자나 출향인 등을 원칙으로 모집했다.
올 10월 본격 출하될 예정인 국내 최대 규모의 도초면 바나나농장 유리온실 전경. 1만 2000평의 농장을 20명의 농장주가 맡아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올 10월 본격 출하될 예정인 국내 최대 규모의 도초면 바나나농장 유리온실 전경. 1만 2000평의 농장을 20명의 농장주가 맡아 사회적 기업으로 운영하고 있다.
청년임대농장은 2018년부터 24년까지 지도읍과 비금면, 팔금면, 암태면 등 4개 읍면에 약 1만평을 확보, 총 사업비 78억을 들여 조성했다. 벼농사 지역을 열대농작물이 가능한 땅으로 바꾸기 위해 2~3m를 파고 부식토로 만들었다.
각종 병충해를 예방하기 위해 유리온실로 외부와 차단하고 열대 온도로 완벽 맞춤했다. 이렇게 21년부터 본격 조성된 이들 농장에서는 암태면에 4000평, 지도읍에 2000평의 망고 농장이 들어서 올 7월말부터 수확이 이뤄지고 있다.
일반인 중장기농장은 단일 바나나농장으로 전국 최대 규모라 할 수 있는 1만2000평 규모의 도초농장이 자랑거리다. 국비 140억, 도비 20억, 군비 40억원 등 200억 원이 투자된 첨단 스마트팜이다. 인근 농지를 7만원씩에 사들였다. 1만2천평의 농장을 1200평씩 10팀(팀당 2명씩)으로 나눠 경작한다. 한 농장주가 600평을 경작한다. 도초농장의 바나나는 8월 현재 붉은 꽃이 피어 11월 경에 본격 수확을 예상하고 있다.
신안군의 바나나재배가 이렇게 단번의 실패나 시행착오 없이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기술력의 확보 때문이다. 군은 전국 최고의 바나나 박사라고 할 수 있는 정공우 씨를 재배책임자로 영입했다. 미얀마에서 10년간 바나나를 재배하며 경험을 쌓은 베테랑이었다. 정씨는 신안섬 바나나협동조합 이사로 적을 두고 바나나 재배에 사활을 걸었다. 토질을 바꾸고, 병충해를 예방하는 외부 차단 시스템을 구축했다. 한 치 오차없는 적정온도를 구사했다. 이 결과 팔금농장은 식재 1년만인 8월부터 본격 수확을 시작할 수 있었다.
팔금농장의 바나나는 친환경 농법의 한국산이란 점에서 전국적인 인기를 예감하고 있다. 1800평에서 생산되는 물량이 한계가 있어 아직까지 개별 주문과 광주지역 하나로마트에 납품하지만 가을에 도초면 바나나가 본격 출하되면 신안 바나나의 전국 유통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바나나는 한국에서 제주도를 비롯한 경남 산청, 전남의 해남, 완도 등에서 생산되고 있으나 소량에 불과해 외국산이 주류를 이루는 실정이다.
바나나는 한 나무에 한 줄기씩 열리는데 무게가 약 30kg~50kg 정도까지 나간다. 팔금농장은 첫 수확에서 약 35~40t을 예상하는데 돈으로 치면 3억원 정도를 예감하고 있다. 첫 수확은 12개월에 이뤄지지만 다음부터는 뿌리가 활착한 뒤에는 6개월 단위로 새 싹이 성장, 수확이 이뤄지기 때문에 소득이 두배로 뛴다.
신안군은 이 바나나 농장을 설립하면서 주변 논을 사들여 일구는데 약 2년, 자금은 약 20억 원이 소요됐다. 주민 참여를 기반으로 한 ‘신안섬바나나 사회적협동조합’이라는 형태로 주민 참여를 유도해 주민소득원으로 자리잡고 있다.
신안군의 미래는 무궁무진하다. 참여 군민들에게는 생산 소득자원으로, 이곳을 찾는 사람들에게는 관광자원으로, 다른 후계농민들에게는 벤치마킹 현장이 될 전망이다. 신안군은 이 바나나 나무 한 그루를 25만원에 일반인에게 분양할 계획인데 군이 5만원씩을 부담하기 때문에 20만원으로 내 이름의 바나나 나무를 가꾸며 바나나를 수확하는 재미를 더해 줄 방침이다.
김대인 신안군수 직무대행(부군수)은 “신안군은 이제 단순한 바다 풍경을 간직한 섬이 아닙니다. 스마트농법이 도입되어 전국민을 사로잡을 바나나와 망고가 익어가는 풍요로운 섬으로 변신 중입니다. 열대과일을 직접 재배하는 낭만의 농장주도 될 수 있습니다. 기회의 땅 천사섬을 찾아주십시오”라고 설명했다./최창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