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매월 한 번씩 있는 정기(定期) 산행(山行) 날이어서 시간(時間)에 맞춰 약속 장소에 모여 산으로 출발하였다. 그리고 정상(頂上)을 향하여 천천히 오르는데 숲속 길을 따라 오르는 등산(登山)이지만 삼복더위에 하염없이 흘러내리는 땀은 어쩔 수가 없어 계속 손수건으로 닦아야만 하였다.
그리고 얼마나 올랐을까? 일행 중 한 사람이 “날씨도 굉장히 무덥고 땀도 많이 흐르니 여기서 잠시 쉬어가게요.”하여 커다란 소나무 그늘로 들어가자 모두들 자신이 가져온 간식을 내놓으며 “여기 시원한 수박을 가져왔으니 한 조각 드셔보세요.”
“저는 집에 있는 자두를 따가지고 왔네요.” “이건 오늘 아침에 갓 구운 빵입니다.”하며 내놓았다. 그래서 수박 한 조각을 집어 베어 물며 옆에 앉아 씨를 골라내는 후배에게 “이보게! 자네는 수박을 먹을 때마다 그렇게 그 골라내는가?”
“저는 씨가 있으면 별로 안 좋더라고요.” “그런데 그게 사람 몸에는 아주 좋다고 하거든. 그러니 그냥 깨물어 먹는 습관을 가져보게! 그러면 몸에도 좋으니 얼마나 좋은가?” “정말 씨를 먹어도 괜찮을까요?” “내가 괜한 소리를 하겠는가? 나도 처음에는 그걸 먹을 때마다 골라내 뱉어내곤 했는데 우리 6촌(6寸) 형님께서 가르쳐주시더라고, 그 뒤로 씨까지 같이 먹으니 몸에도 좋고 또 그걸 뱉어 어디에 둘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니 일석이조(一石二鳥) 아닌가?”
“정말 그러겠네요.”이야기를 나누고 있는데 후배 중 한 사람이 고개를 들고 옆에 서있는 소나무를 이리저리 살펴보더니 “야~ 이 나무는 시장(市場)에 내 놓으면 아무리 적게 받아도 3~4천은 받겠는데!”하였다. “3~4천을 받는다니 그게 무슨 소린가?” “저의 직장이 이번에 건물을 새로 지어 이사를 하지 않습니까?”
“벌써 건물이 완공되었는가?” “완전히 완공된 것은 아니고 이제 거의 마무리 단계거든요. 그런데 출입구 양옆으로 정원(庭園)을 만들면 어떨까? 그런 의견이 있더라고요.”
“그러면 좋겠지! 아무래도 정원이 있으면 직원들이나 또 고객들에게 정서적으로도 좋을 것 같고.” “그런데 누가 그러더라고요. ‘거기에 소나무를 심으면 아주 좋을 것 같다! 고요.” “그것도 괜찮은 의견인데!” “그래서 소나무를 직접 보고 구입하려고 전북(全北)에 있는 나무시장을 가 봤거든요.” “그러면 어쩌든가?” “그런데 소나무를 추천했던 분의 이야기와는 아주 딴판이더라고요.”
“어떻게 딴판인데?” “여기서는‘소나무가 아무리 좋아봐야 지가 한그루에 한 오백만원 이상 가겠어?’했는데 가서보니 가격도 천차만별이어서 작은 것은 2십만 원짜리부터 4천만 원짜리도 있고 그 보다 더 비싼 나무도 있더라고요.” “정말 소나무가 그렇게 비싸다는 말인가?” “지금 이 나무처럼 우람하고 멋있는 나무는 시장에서 아까 말씀드린 대로 3~4천만 원은 너끈히 받겠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했는가?”
“우리 회사에서 예상한 것 보다 너무 비싸니 어떻게 해 볼 도리가 없더라고요. 그래서 행여나 하고 충청도 쪽으로도 가 봤는데 가격은 거기서 거기여서 포기하고 그냥 왔어요.” “그러면 정원은 만들지 않기로 했는가?”
“그건 아니고 소나무 세 그루를 구입하면 1억 원이 넘게 들어가는데 그 돈 절반도 못 들어도 얼마든지 멋있는 정원을 만들 수 있다고 하거든요. 그래서 비싼 소나무는 빼고 다른 나무를 심어 멋있게 만들어 달라고 했는데, 그 뒤부터 제가 소나무에 꽂혀서 어디서든 나무를 보면‘이건 얼마쯤 되겠다!’는 생각이 들면서 전문가가 되가는 것 같더라고요.”/류상진 전 보성우체국 집배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