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던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9일 서울역·용산역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은 저마다 사연을 안고 발걸음을 옮기는 귀경객들로 북적였다.
이날 오전 서울역은 양손 가득 명절 음식이 든 보따리와 캐리어를 든 사람들로 붐볐다.
가족, 연인과 함께 밝게 웃어 보이며 서둘러 발길을 옮기는 시민도 많았으나, 연휴가 끝나는 데 대한 아쉬움 속에 지치고 피곤한 기색을 보이는 이들도 적지 않았다.
두 딸과 부산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길이라는 강민지(42)씨는 "애들 아빠가 외국 파견을 하러 가서 아이들만 데리고 친정에 갔다 왔는데 아이들 뒤치다꺼리를 해 피곤하다"면서도 "그래도 아이들과 푹 쉬다 와서 좋다"고 말했다.
취업 준비생 김모(25) 씨는 "추석에도 (남아) 자기소개서를 쓰려고 했는데 부모님이 집에 들렀다 가라고 하셔서 다녀오는 길"이라며 "집에서 쉬다 오니 기분 전환도 되고 더 열심히 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졌다.
용산역 대합실도 귀경객과 여행객으로 북적였다.
직장인 이나라(28) 씨는 "추석 연휴 숙소가 너무 비싸서 여행을 못 해 내일 연차를 냈다"며 "주말까지 좀 더 쉬면서 연휴를 마무리하려고 한다"고 웃으며 말했다.
프랑스에서 부모님과 여행을 왔다는 라나(25) 씨는 "한국 공휴일인 줄 모르고 여행을 왔더니 사람이 많아서 고생했다"면서도 "여수로 가서 바다도 보고 맛있는 것도 마음껏 먹고 싶다"고 했다.
강남구 서울고속버스터미널 호남선도 짐을 들고 이동하는 사람들로 붐볐다.
추석 연휴를 보내고 시어머니, 아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는 길이라는 이미경(48) 씨는 "어머니가 손주와 좀 더 시간을 보내고 싶다고 하셔서 집에서 며칠 묵기로 하셨다"며 "연휴가 아직 끝나지 않은 것 같다"고 했다.
길었던 연휴가 끝났다는 사실에 아쉬움을 표하는 이들도 있었다.
직장인 배모(32) 씨는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하루만 더 쉬었으면 좋겠다"며 "일 때문에 연차를 낼 수 없어서 내일 출근해야 하는데 벌써 괴롭다"고 했다.
회사원 장모(35) 씨는 "이번 연휴가 길어 이미 생활 패턴도 연휴에 맞춰졌는데, 다시 직장 생활에 적응해야 한다니 끔찍하다"면서도 "일상으로 돌아갈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